[기자수첩]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기자수첩]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 김자혜 기자
  • 승인 2019.03.05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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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김자혜 기자] 지난 1974년 독일에서 제작 된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Angst Essen Seele Auf)’는 영화가 있다. 영화 속 주인공 알리는 아랍인으로 나이차가 많이 나는 자신의 독일인 연인에게 나이와 문화 차이를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아랍속담을 소개하며 불안을 달랜다.

최근 이 영화 제목처럼 불안이 영혼까지 잠식하지는 않지만 지갑과 통장을 잠식할 것 같은 현상이 보이고 있다.

먼저 보여 지는 것은 신체로 직접 느끼고 있는 미세먼지와 관련된 소비다. 3월에 들어서자 미세먼지 경보가 5일째 지속 중이다. 전국에서 미세먼지 농도는 200㎍/㎥를 넘나들고 있는데다 환경부에서는 오염물질이 대기에 머물러 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비 소식도 깜깜무소식이다. 환경부는 전국 12개 시도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저감조치를 발령하고 있지만, 조치 결과가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5일 기준 포탈 네이버의 검색어는 오전부터 마스크 종류와 공기청정기가 종일 오르내렸다. 생활과 직접 닿는 이슈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미세먼지에 이어 불안이 소비의 연료로 곧잘 쓰이고 있는 시장이 보인다.

이에 바로 유아용품 시장이다. 최근 결혼적령기가 뒤로 늦춰지면서 노산비율이 높아졌다. 이에 따른 불임이나 난임도 늘어나며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시술은 흔치않게 귀에 들린다. 이처럼 아이 얻기 어려운 환경에 태어난 아이들은 그만큼 귀하게 키워진다.

4세~12세까지 사용가능한 네덜란드 브랜드 '뉴나'의 카시트 신제품은 출시 1개월 만에 전량이 매진됐다. 국내브랜드인 리안의 신생아용 아기침대는 20만원대의 가격에도 1,2차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아이 제품이라면 '그정도 비용은 들여야지' 하는 프리미엄 소비 인식이 자리잡아가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태교 여행은 이제 기본, 유아와 함께 동행 하는 엄마를 위한 호텔패키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고급제품을 소비해도 크게 영향을 주지않거나, 규모의 소비를 하고 있다면 이같은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는 감당이 가능한 선일 것이다.

하지만 부모라면 불안에 내몰려 감당이 어려운 소비를 할 수 있다. 소중하고 지켜야할 존재가 생긴 부모는 자기 주관없이 남들처럼 해주지 않으면 어딘가 아이가 잘못되거나 나중에 부모를 원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에 내몰리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환경에서 건강하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과 내아이만큼은 남에게 뒤지지 않게 잘해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관념 모두 불안이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불안에 내몰려 과도한 소비를 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짚어 볼 필요는 있다. 두려움과 공포, 위협 같은 감정은 건강한 동기부여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불안에 휘둘려 버릇한다면 지갑이 아닌 다른 것도 잠식 당할 수 있다. 영화에서 언급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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