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B노조 파업 사태로 본 언론의 ‘확증편향’...“사회공감 저해”
[기자수첩]KB노조 파업 사태로 본 언론의 ‘확증편향’...“사회공감 저해”
  • 문혜원 기자
  • 승인 2019.01.17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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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 KB국민은행 노조 내부 균열 조짐...명분 없는 파업에 ‘피로감’ # 고객 불편 3000만 명...알고도 파업 ‘리딩뱅크’ 입지 흔들 # KB국민은행 노조 파업, 귀족 노조 과욕·행장 리더십 맞물려 # 국민은행 평균연봉 9100만원...노조 ‘성과급 파업’ 명분 있나

위 네 가지 제목들은 현재 KB국민은행 노조 파업 사태를 다룬 경제 기사 제목들이다.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KB국민은행 노사간 갈등의 골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노조가 왜 파업을 하는 지, 해법은 없는 지 등 갈등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질문하는 내용은 없다. 대부분 ‘고객불편‘을 빙자해 파업 투쟁을 하는 노조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만 눈에 띈다.

이러한 노조 투쟁 관련 보도 행태를 보면 ‘확증편향’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쉽게 말하면,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는 뜻이다. 지금 딱 언론의 모습이 그렇고, 언론보도를 보는 우리들 모습이 그렇다.

언론의 본질은 국민을 대신해 사실에 입각한 비판, 감시하는 기능을 가진다. 그런데 요즘 기사들을 보면 사실은 없고 ‘인상’(印象)만 보인다. 인상파(印象派 : 사실과 거리가 먼 색채·평면적인 표현) 화가도 아닌데, 순간적인 인상을 기사에 표현하는 것은 미술에 어울리는 기법일 뿐, 언론의 본질과도 맞지 않다.

이와관련 업계 안팎 일부 일각에서도 언론보도가 공정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KB노사 간 갈등이 단순히 ‘임금’올려받기에 따른 이기적 투쟁으로 몰아가는 식의 보도는 갈등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충분한 사실확인 없이 나가는 일부 ‘붕어빵’ 찍어대듯한 내용들이 결국 독자의 ‘알 권리’를 묵살하고, 나아가 ‘사회적 공감’에도 방해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KB노사간 갈등의 쟁점은 성과급 문제가 아니라 현재 은행 근로자의 영업압박 과다에 의한 업무환경 현실을 토로하고 있다. 여기엔 ‘페이밴드(성과에 따른 차등임금제도)·L제로 직급(창구업무직원 등 무늬만 정규직 직원을 일컬음) 정규직 내 ‘차별’대우가 내포하고 있다.

이에 사회·노동 전문가들에 의하면, KB국민은행 노조 파업은 그간 외면해 왔던 우리 사회 내 노동자에 대한 불편한 현실을 똑바로 직시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러한 해석은 최근 국내 노사분규 건수로도 짐작할 수 있다.

노사분규는 파업과 직장폐쇄 등 노사 간에 정상적인 업무활동을 중단 또는 저해하는 집단행동을 뜻한다. 사용자가 주도하는 직장폐쇄 보다는 근로자가 주도하는 파업이 대부분이다.

파업은 국민의 부정적 시각과 달리 헌법상으로도 보장되는 권리다. 실제로 헌법 제 33조 3항에 따르면, 노동자는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행사를 할 수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노사분규 건수는 총 134건으로 2006년 138건을 기록한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았다. 2017년 101건과 비교해서는 32.7% 증가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노동 친화적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노동계의 요구가 분출하면서 사회적 갈등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회·노동계 전문가들 주장에 따르면, 노사분규는 노동 불평등 사회를 표출한다고 봤다. 노동 불평등의 원인은 자본주의 이념이 부른 ‘지배이데올로기‘(사회적 용어 : 통치 사상 또는 이념)‘와도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 표현만 들으면, 다소 거창하게 들릴 법 하지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양립할 수 없다는 속 뜻도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지배이데올로기 현상’은 소위 ‘갑’과 ‘을’을 통칭한다.

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해 다시 설명하면, ‘민주주의’를 문자 그대로의 해석하면 민중의 통치지만, 자본가 계급이 정한 경제·사회적 지위에서 종속된다는 의미도 깔려 있다. 이렇듯 있는 자에 의한 자본주의 사회가 민주주의 기능도, 언론의 본질적 기능도 왜곡시키는 역기능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박해광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계급사회가 진화되고, 이런 가운데 노동자들은 경영진들에 의해 임금·대우 등 속박돼 왔다“며 “자본주의의 통치 이념이 언론의 자유·선의의 경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KB노조 파업 사태는 현 사회의 부조리한 단면을 교훈 삼아 보여준다”면서 “노동·국민·언론 모두 근본적인 문제를 다시 되짚어 보고, 사회적으로도 공론화 해 합의체재를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시민 의식 성장을 위해서는 언론에서 보도한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감정적인 비난을 일삼지 말아야 함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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