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계란안전대책, 농민에 억대 비용 강요
식약처 계란안전대책, 농민에 억대 비용 강요
  • 김자혜 기자
  • 승인 2018.12.14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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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포장업 허가 시설 전국 11개소 불과, 농가부담때 10억원
산란일자 표시 6자리→10자리 확대, 선별기 교체는 농민 몫?

[토요경제=김자혜 기자]지난해 살충제 계란 파동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련한 안전 대책이 계란의 안정성 제고는 커녕 양계농민들의 과도한 경영부담을 강요하는 현실성 없는 공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내년에 시행될 예정인 식약처의 계란 산란일자 표시와 선별포장업 허가시설 유통 의무화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성토했다.

식약처는 내년 4월부터 계란 선별포장업 허가 시설을 통한 계란 유통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현재 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은 계란유통시설은 11개소에 불과한 실정이다. 계란을 유통시킬 곳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경북 영천시에서 산란닭 5만수를 기르고 있는 농가의 경우 반경 30km안에 허가 시설을 찾지 못해 계란상인들에게 유통을 맡겨야 하는데 상인들이 물류비를 내세워 계란 값을 후려칠 까봐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선 농가들이 5억~10억원에 달하는 돈을 들여 자체 계란선별포장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양계농민들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하루 100만개이상 처리하는 광역형 계란유통센터가 건립돼 자리잡을 때까지 제도 시행을 늦춰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선심쓰듯 6개월을 유예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년 2월부터 표시 자릿수가 6자리에서 10자리로 늘어나는 산란일자 표시제도 문제다. 난각 인쇄 자릿수가 늘면서 농가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선별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하는 부담을 짊어져야 할 판이다.

농민 대다수가 계란을 세로로 세운 상태에서 6자리를 잉크젯으로 인쇄하는 설별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데, 표시 자릿수가 10자리로 늘어나면 계란을 눕혀서 가로로 인쇄하는 시스템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계란을 먼저 주고 돈을 나중에 정산받는 후장기 관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양계농민들은 산란일자를 표시할 경우 냉장보관을 한다고 하더라고 유통상인들이 출하가 며칠 밀렸다는 점을 트집잡아서 계란값 할인을 요구하며 괴롭힐 수 있다고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계란안전의 생명은 생산이 아니라 유통과정의 온도인데 식약처는 이런 부분은 도외시 하면서 애꿎은 양계농민들만 때려잡는 억지 정책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11일 정부의 계안안전대책 대토론회를 주최한 바 있는 김 의원은 “냉장육이나 계란의 경우 유통 시설이나 온도 유지가 유통기한을 좌우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전 세계 나라들이 유통기한을 유통업체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통기한은 업계 자율에 맡기되, 유통 온도는 정부가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계란 유통온도를 0℃~15℃로 유지하게끔 돼 있으나 미국 7℃, 캐나다 4℃, 영국 4℃, 일본 8℃, 호주 5℃, 중국 0℃~4℃로 설정돼 있다”며 “육제품, 수산물, 냉동·냉장식품 기준 다른 나라와 별 차이가 없는데 유독 계란 유통온도 기준이 다른 나라보다 크게 뒤지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개선조치는 없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식약처는 계란유통온도와 계란 물·공기·솔 세척을 동시에 인정하며 상온유통과 냉장유통을 동시에 허용하는 이상한 계란유통 기준을 방치하면서 세계 초유의 산란일지 표시와 계란선별포장업 허가를 내세워 불필요한 비용을 농가에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농산물에 대한 잔류물질 검사 또한 생산·도매 단계에집중해서 연간 12만건 가량을 실시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외국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소비전 유통단계읭 안전성 검사는 허술한 실정”이라며 “식약처는 농축산물 안전성 관리에 대한 부담을 불필요하게 농민들에게 떠넘기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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