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이 소외보다 무섭다”...잘나가던 금융맨, 은퇴 이후에는?
“나이듦이 소외보다 무섭다”...잘나가던 금융맨, 은퇴 이후에는?
  • 문혜원 기자
  • 승인 2018.12.13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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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금융권 ‘명퇴’한파.. 희망퇴직 대상자들 제2의 인생설계 준비에 고민
영화 ‘국가부도의 날’ 이슈로 업계안팎 “일자리 등 정부정책 비난” 뒤숭숭
최근 금융권에 '희망퇴직'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희망퇴직대상자들은 제2인생설계관련해 고민이 깊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금융권에 '희망퇴직'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희망퇴직대상자들은 제2인생설계관련해 고민이 깊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A씨는 20년 전 잘 나가던 은행지점장이었다. 하지만 IMF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거리로 내몰렸다. 이에 일자리에 쫓겨난 소외감을 지속적으로 느껴야 했다. 사업을 시작해보기도 했지만 부도도 맞았다. 빚 갚느라 도박장에도 기웃거리기도 했다. 현재는 택배사업을 하며 안정됐으나 IMF위기는 현재진행중이라며 한탄했다.

# B씨는 2년 전 K은행에서 희망퇴직 한 이후 1년간 고생했다. 쉽사리 일자리가 구해지지 않자 방황하다가 가족들 응원 덕에 떡볶이 장사를 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어느 정도 자리 잡아 가고 있다.

# 20년 동안 은행에서 근무하던 C씨도 1년 전 은퇴 이후 은행에서 영업한 경험을 살려 보험설계사로 재도약했다. 또 다른 은행원 D씨는 S은행 전담감사로 재취업했다. 전담감사란,  희망퇴직금을 반 정도 받고 재취업하는 방식으로 은행내 은퇴설계 프로그램 중 하나다.

금융권에 ‘명예퇴직’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이에 희망퇴직대상자들 사이에서는 ‘나이듦이 소외되는 것보다 무섭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미리 제2인생설계 준비에 나선 사람도 있는 가하면, 앞이 캄캄한 현실에서 어떻게 생계를 이어나갈지 고민인 사람도 많다.

[사진 = 영화 '국가의 부도의 날']
[사진 = 영화 '국가의 부도의 날']

여기에 현재 상영 중인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이슈가 되면서 과거 대규모 구조조정 문제 관련 현재에도 진행 중이라며 나라 경제위기 관련 우려 섞인 의견들로 업계 안팎 뒤숭숭하다.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은 과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금융위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 중심으로 보험·카드 등 ‘명예퇴직’을 잇따라 검토하고 있다. 은행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감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희망퇴직’칼바람에 매섭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이를테면 점심 먹으면서 흔히 나누는 대화중에 “그때 그랬어”하며  슬며시 현재 정부의 일자리정책을 비난하는 등 자신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의견을 대변하듯 금융감독원이 추이한 자료결과에 따르면, 금융권의 직원 수가 최근 3년간 1만명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21개 국내 금융사의 고용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3월 말 현재 직원 수는 총 20만907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3년 전인 2015년 3월 말에 비해 1만385명(4.7%) 줄어든 것이다.

은행 직원 수는 10만8927명으로 3년 전보다 무려 9725명(8.2%) 줄었다. 금융권 전체 감소 인원의 93.6%에 해당하는 것이다. 뒤이어 생명보험사가 3년 새 1875명(7.0%) 줄었고, 증권사도 같은 기간 4366명(1.2%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은 올해 6월말까지 2년간 8개 주요은행 임직원 수가 6164명 줄었다. 현재 주요시중은행들은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거나 계획은 미정상태에 있다.

먼저 희망퇴직 신청을 시작한 곳은 NH농협은행이다.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하반기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현재까지 610명이 신청했다. 대상자는 최근 10년 이상 근무자 가운데 만 40세 이상 직원과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1962년생 직원이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올해 7월 준정년 특별퇴직을 단행했지만 희망퇴직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없다. 준정년 특별퇴직의 경우 관리자급 27명, 책임자급 181명, 행원급 66명 등 총 274명이 나갔다.

우리은행은 작년에는 1000여명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지만, 올해는 희망퇴직 계획이 없다. 신한은행의 경우 매년 연초에 희망퇴직 공고가 나가고 신청이 이뤄지지만 현재 노동조합 새집행부 선거가 진행 중으로 내일 결선투표 예정에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희망퇴직 때는 이례적으로 전 직급을 대상으로 했고, 평소 300명 수준이던 희망퇴직자가 700여 명으로 늘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총 400명의 나갔으나, 현재는 노조와 임단협(임금과 단체협약을 줄인말)이 결렬된 후 아직 미확정단계다.

SC제일은행은 올 연말쯤 노사 합의에 따라 명예퇴직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이 희망퇴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로 디지털 산업·인터넷 뱅킹 확산으로 인력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보험권에도 감원 한파에 참여하는 모습이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한화생명이 다음 달부터 장기근속 임직원을 대상으로 상시 전직지원제도를 시행한다. 상시 전직지원제도는 정년(만 60세)에 도달하지 않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제도다.

또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10월 118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KB손해보험이 현재 노조와 희망퇴직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보험사의 희망퇴직은 최근 업계 불황에 따라 인력 조정이 필요해 진행한다는 해석이다.

인원감소를 서두른 곳은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국내증시 하락 및 실적악화 등 여파가 크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오는 12일까지 43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지난해 현대증권을 인수, KB투자증권과 통합하고 나서 처음 이뤄지는 희망퇴직이다.

증권업계는 지난5월부터 M&A(인수·합병)와 영업점 통·폐합 등으로 인해 구조조정은 단행되어 왔었다. 영업점 통폐합에 M&A이후 인력이탈도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았으나 합병 과정에서의 인력 이탈이 늘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병해 탄생한 미래에셋대우의 1분기 직원은 4485명으로 합병 전 양사 직원 합계(4736명)보다 251명 줄었다. 카드업계에서도 최근 수수료인하 정책 여파에 따라 인력감축에 나섰다.

현대카드·캐피탈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경영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에 BCG는 현대카드 임직원 약 1600명 중 400명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신한카드는 올초 희망퇴직으로 200명을 감축했다.

[사진 = 각 사]
[사진 = 각 사]

일각에서는 금융권 ‘감원한파’가 이전보다 심해지고 있음에 따라 내년에도 금융산업 전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인력 구조조정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상황까지 치닫는 이유로 현재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도 문제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청년실업 해소를 위하고자 고령직원들의 조기 명예퇴직은 합리적인 인력운용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가 이른바 ‘금융시장 개혁(구조 개혁)’과 함께 등장한 청년일자리 정책이 외려 명예퇴직을 독려하면서 금융권 일자리 창출 면에서는 역주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포용’정책에 의한 서민금융대책이 외려 금융권 대규모 인원감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금융사들은 실적 만회를 위해 무리하게 대출한도도 늘리고, 보험·증권업들은 M%A합병도 진행하면서 그에 의한 잠재리스크 불안도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2의 금융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금융전문가들은 고용 창출과 고용 안정은 우리 경제의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세대불문 다양한 일자리 창출 도모 관련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상봉 금융경영학 교수는 “현재 우리 소비 진작의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기업 투자를 통한 경제 활성화”라며 “디지털에 의한 기술발전도 필요하므로 나이든 사람도 이를 배울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하거나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고 경기 활성화에 나설 수 있도록 정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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