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원하는 것은 직접 사냥한다 ‘쇼핑헌터’의 시대
[기자수첩] 원하는 것은 직접 사냥한다 ‘쇼핑헌터’의 시대
  • 김자혜 기자
  • 승인 2018.10.10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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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김자혜 기자] #여기 A라는 사람이 있다. A씨는 10여 년 전 TV를 구매할 때만해도 하이마트와 전자랜드에 우선 방문했다. 구매하려고 했던 상품의 모델의 가격을 비교해보고 사은품이나 할인 폭을 생각해 본 후, 매장에서 구매를 결정했다.

10여년 만에 TV를 구매할 계획을 가진 A씨는 이제 매장에서 구매를 결정하지 않는다. 백화점, 마트, 종합전자상가에서 실물을 보고 집에 돌아와 점심시간, 퇴근 후를 이용해 틈틈이 TV사용 후기, 택배배송 후기, 박스개봉 유투브 영상후기, A/S 후기 등등 각종 후기를 찾아 상품에 대한 정보를 흡수한다. A씨는 본인이 갖고 있는 카드 이벤트 행사까지 기다렸다가 최적의 타이밍을 찾 포착한다. 가장 마음에 드는 상품을 가장 마음에 드는 가격에 주문하고 만족해 한다.

지난 2000년대 까지만 해도 쇼퍼홀릭의 시대였다. 쇼퍼홀릭(shopaholic)이란 습관적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 쇼핑중독을 뜻하는 말이다. 습관적으로 물건을 구매해 만족과 쾌감을 느끼는 사람을 부르는 말로 지난 2005년 책, 2009년 영화로 제작될 정도로 인기와 공감을 얻는 주제였다.

그런데 쇼퍼홀릭들이 쇼핑을 반복하며 2010년대로 접어들어 스마트컨슈머(Smart consumer)와 쇼루밍(showrooming)족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능동적으로 최적의 쇼핑 타이밍을 찾는 ‘쇼핑헌터(Shopping Hunter)’로 진화하며 쇼핑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앞서 예시로 든 A씨는 '최적의 타이밍을 찾아' 목표를 잡아채는 쇼핑 헌터(사냥꾼)의 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컨슈머는 여러 가지 종합적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소비자를 뜻하는데 이들은 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정보를 얻고 상품을 구매한다. 온라인에서 좋은 정보를 모았다 하더라도 실제 주문 후 받아본 상품은 생각과 다른 경우도 많다. 스마트컨슈머들은 이후 쇼루밍 족으로 진화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충분히 보고 온라인에서 더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이들은 찾는 대상이 본인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면 기꺼이 그 대상에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그 덕분에 쇼핑헌터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합리적인 쇼핑을 찾는 이들은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는 과정에서 상품 판매자 못지않은 상품지식을 확보할 수 있어 양질의 정보를 빠르게 찾는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비교분석을 할 수 있는 이들은 타사제품과 비교하며 인기 리뷰어로 블로그나 유투브 등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가며 직업으로서 전문리뷰어가 되는 사례가 나오는 것이다.

또 쇼핑 뿐아니라 가치 즉, 쓸만한 정보를 쫒다보니 '생활정보헌터'로 변모할 수도 있다. 쇼핑헌터들이 자의든 타의든 찾아두고 공유한 정보를 일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찾는 이들이 찾는 것이다. 최근 인기를 모으는 '숨은 맛집', '이국적인 장소', '사진 찍기 좋은 카페' 등 생활 정보를 찾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쇼핑헌터의 움직임은 ‘작지만 확고한 행복’을 추구하는 최근 트렌드와 맞닿아 있는데 소확행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소개한 작가는 소확행 ‘사용상 주의사항’과 같은 조언을 언급한바 있다. 본인이 쇼핑헌터라는 생각이 들면 참고해볼만 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세이집 랑게르한스섬의 오후에서 소확행이야기와 함께 이런 이야기를 덧붙였다. “생활 속에서 개인적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철저한 자기 규제 같은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꾹 참고 격렬하게 운동을 한 뒤에 맛는 차갑게 얼린 맥주 한잔 같은 것이다. 그러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없는 인생은 메마른 사막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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