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산분리 규제 완화돼도 곱게 보지 못하는 이유
[기자수첩]은산분리 규제 완화돼도 곱게 보지 못하는 이유
  • 문혜원 기자
  • 승인 2018.10.05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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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문혜원 기자] #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합니다”(8월 7일 문재인 대통령 발언 중에서)

# “은산분리 완화 규제가 순항한다면 IT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최대 지분 확보 뿐 아니라 금융사 지분이 없는 새로운 인터넷은행의 출범도 기대 가능할 것입니다(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문재인 정부가 지난8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제한)완화에 적극적인 힘을 싣는 발언을 하면서 일제히 금융당국 등에서는 환영의사를 표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표 금융’이라는 꼬리표도 생겼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본회의에 통과시켰다. 이에 금융권의 기대감은 높아졌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에서는 은행이 기업의 사금고 역할을 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은산분리 규제 관련 찬성과 반대의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특례법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 상한을 기존 은행법 기준 4%(의결권 없는 지분은 10%)에서 34%로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이처럼 은산분리 완화가 돼도 100% 환영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문 정부가 IT기업 혁신성장을 내세우면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던 것을 두고 사실은 진짜 숨은 속내가 따로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깔려있다.

일각에선 문 정부가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했던 케이뱅크의 부실 문제가 봉합되지 않은 채 현 정부에까지 이어지면서 부담이 돼 은폐하려고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바로 케이뱅크 인가 특혜의 근거가 된 우리은행의 대주주 지위 적격성 문제를 꼽는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돼도 과거 전 정부의 실패정책의 사례가 걸림돌이 돼 향후 케이뱅크 증자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문 정부는 케이뱅크를 다른 은행과 합병시켜 문제를 정리했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는 불법적으로 허가됐다’는 부정적 설들은 그간 계속 업계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작년 국회 국정감사시에는 금융위원회의 케이뱅크 인가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의원들이 지적을 한 바 있었다.

당시 금융행정혁신위원회도 케이뱅크 예비 인가 당시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의 대주주 적격성을 부정적으로 판단했다고 적시한 바 있다. 실제 예비인가 직전 분기인 2015년 6월 말 기준 우리은행의 BIS비율은 14.0%로 국내은행 평균인 14.08%에 미치지 못했다.

은행법과 은행업 감독규정에는 신설 은행 지분을 4~10% 보유한 최대 주주는 해당기관이 속하는 업종의 재무 건전성의 평균치 이상의 건전성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충족해야 한다.

논란의 불씨는 또 있다. 재벌 기업의 인터넷은행에 대한 지분보유 금지 조항을 시행령으로 포함시키면서 자칫 정권이 바뀔 경우 입맛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인터넷전문은행과 전통적 은행의 차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며 “오직 단 하나의 차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비대면 방식으로 은행업을 한다는 것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특례법에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둘러싼 대주주 적격성 요건이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5년간 금융관계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경가법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자는 제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카카오와 KT 모두 공정거래법을 어겨 벌금을 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금융전문가는 ‘은산분리’ 정통 대원칙(의결권·지분율)을 지키되 업종 확대의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국회 및 정부 등에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 전문가는 “기존 금융사와 달리 IT 기반의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는 IT기업에 한해 지분소유(의결권 주식 4% 이상)를 허용하는 것이 좋다”며 “인터넷전문은행업계는 앞으로 핀테크 기업과 어떻게 동반성장을 할 것인가에 고민을 두고 가능성을 점차 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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