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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칼럼] ‘목욕하면 좋은 날’
  • 이정선 기자
  • 승인 2018.07.27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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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사람 서긍(徐兢)은 고려 사람들이 목욕을 자주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고려도경(高麗圖經)’에 썼다. 고려 사람들은 새벽에 일어나서 반드시 목욕하고 출타한 뒤, 돌아와서 또 목욕을 한다고 했다.

서긍은 남녀가 어울려서 ‘혼욕’을 하는 것도 구경하고 또 놀랐다.

“여름날 냇물에서 남녀가 벌거벗고 목욕하는데, 조금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며 껄끄러워했다.

그렇지만 서긍은 착각하고 있었다. 당시 고려 사람들의 목욕은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해서 부정을 멀리하기 위한 ‘재계(齋戒)’였다.

우리는 음력 6월 15일인 유두일(流頭日)이 되면 남녀는 물론이고 노소까지 ‘동쪽으로 흐르는 물(東流水)’에 머리를 감고 목욕을 했다. 우리에게는 이런 목욕문화가 있었다. 서긍은 그런 목욕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야릇한 목욕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조선 초, 문종 임금 때였다.

이효경(李孝敬)이라는 사람의 아내 설(薛)씨는 대단한 ‘얼짱’이면서 ‘밝힘증’까지 있었다. 남편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지 불로(佛老)라는 젊은 하인과 ‘상시로’ 못된 짓을 벌였다. 그러다가 임신을 하자 남편의 아이라고 우기기도 했다.

설씨는 ‘남편의 동서’인 이군생(李群生)과도 바람을 피웠다.

이군생이 어느 날 집으로 찾아오더니, 몸이 좋지 않다며 슬그머니 자리에 누워버렸다. 설씨에게 ‘흑심’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설씨가 그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냉큼 나란히 눕고 있었다.

설씨는 이웃집 김한(金澣)과도 눈이 맞았다. 김한은 ‘용모가 단정했으나 음탕하고 방종하여 그침이 없는 사람’이었다. 추문은 곧 온 동네로 퍼졌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던지, 설씨는 냇가에서 ‘S 라인(?)’을 드러내고 목욕을 하면서 지나가는 사나이들의 눈길을 노골적으로 빨아들이기도 했다.

당시 ‘왕조실록’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었다.

“혹은 날이 저물 때를 이용하여 계집종 하나를 거느리고서 미복을 하고 가로(街路)에서 놀기도 하고, 혹은 여름철을 만나면 앞 냇물에서 목욕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몸을 더럽히기를 구하기도 했는데…”

어쨌거나, 우리는 이렇게 목욕을 즐겼다.

그러면서도 예외가 있었다. 복날만큼은 목욕을 피한 것이다.

“복날에 시내 또는 강에서 목욕을 하면 살이 여윈다”는 민간 신앙 때문이었다. 그래서 삼복에는 아무리 무더워도 목욕을 참았다.

만약 깜빡하고 초복에 목욕을 했다면, 중복과 말복에도 거르지 않았다. 그래야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믿었다.

옛날에는 살이 빠지는 것을 걱정했지만 오늘날은 돈 써가며 살을 덜어내는 세상이다. 이 속신(俗信)을 거꾸로 적용해서 복날 시내가 흐르는 곳에서 목욕을 해보면 어떨까. 그러면 아주 쉽게 ‘다이어트 효과’를 얻을지도 모를 일이다.

27일은 중복이면서 유두일이다. 계곡이나 강을 찾아서 정말로 살이 빠지는지 실험해보는 것이다. 더위도 식히는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중복을 놓쳐도 기회는 또 있을 수 있다. 말복이다. 

이정선 기자  jslee@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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