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칼럼] 손오공의 '결자해지'
[마포 칼럼] 손오공의 '결자해지'
  • 이정선 기자
  • 승인 2018.07.23 0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유기’에 나오는 얘기다.

삼장법사를 모시고 서천으로 불경을 얻으러 가던 손오공은 때아니게 날이 더워지는 것을 느꼈다. 가을철인데도 선선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저팔계가 아는 척하고 나섰다.
“해가 지는 서쪽에 ‘사하리’라는 나라가 있다고 했다. 해가 가까워져서 날이 더워지는 것이니 사하리에 도착할 때가 된 것 아닐까.”

그렇지만 일행이 도착한 곳은 사하리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는 ‘화염산(火焰山)’이었다. 사방 800리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산이었다. 온통 불길에 휩싸여 있는 산이었다.

손오공이라면 신통력으로 간단하게 돌파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는 불을 뚫으며 뜨거운 산을 넘을 재간이 없었다. 일행은 발이 묶이고 말았다.

손오공은 궁리 끝에 파초동에 있는 나찰녀를 찾아갔다. 불을 끌 수 있는 파초선(芭蕉扇)이라는 부채를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나찰녀는 파초선을 빌려주는 대신 손오공을 향해 흔들었다. 손오공은 부채바람에 밤새도록 날려가 소수미산 꼭대기에 떨어졌다. 무려 5만 리나 날려간 것이다. 파초선은 무서운 무기이기도 했다.

손오공은 다시 나찰녀에게 갔다. 이번에는 하루살이로 둔갑, 찻잔에 붙어 있다가 나찰녀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나찰녀의 몸속 이곳저곳을 마구 찌르고, 희한한 곳을 건드려댔다.

나찰녀는 견디지 못하고 파초선을 내놓았다. 하지만 ‘가짜’였다. 부채질을 할수록 불길은 오히려 더욱 타올랐다. 손오공은 엉덩이 털만 태우고 말았다.

두 번이나 실패한 손오공은 작전을 바꿨다. 나찰녀의 남편인 우마왕으로 둔갑했다. 어렵게 ‘진짜’ 파초선을 얻어 화염산을 향해 파초선을 49번 흔들어댔다. 그제야 그 무섭던 불이 사라졌다.

‘서유기’의 화염산은 중국 투루판에 있는 산을 모델로 한 것이다. 인터넷 사전에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산이 100km나 펼쳐져 있다고 했다. 한여름 햇볕이 뜨거울 때는 마치 불타는 것처럼 보여서 ‘훠옌산(火焰山)’이다. 여름 최고기온이 50도나 되고 지표면은 70도를 넘기 때문에 달걀을 모래에 묻어놓아도 익을 정도로 더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서유기’는 이 화염산이 생기게 된 경위를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손오공이 천상에서 말썽을 피우다 붙들리자, 태상노군은 손오공을 화로에 넣고 49일 동안 구웠다. 바짝 태워서 손오공의 흔적마저 없애버리려고 한 것이다.

그렇다고 재가 될 손오공이 아니었다. 화로 속에서도 건재했다. 태상노군은 손오공이 충분히 재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화로 뚜껑을 열었다. 그 순간 손오공은 화로를 박차고 뛰어나왔다. 그 때 벽돌 몇 개가 지상으로 떨어졌고, 남은 열기가 화염산이 된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손오공은 자기가 지른 불을 자기가 끈 셈이었다. ‘결자해지(結者解之)’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곳곳이 화염산처럼 이글거리고 있다. 자그마치 52개국의 11억 명이 무더위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겁나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명피해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폭염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인간의 ‘환경 파괴’ 때문일 수 있다. 지구온난화다. 인간은 환경을 망친 ‘죗값’을 받고 있는 것이다.

손오공이 화염산의 불을 진압했듯, 환경을 되살려서 폭염을 잠재우는 것도 인간의 몫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인간은 그럴 마음들이 없다. 여전히 환경 파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