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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칼럼] ‘뜨거운’ 황제의 딸
  • 이정선 기자
  • 승인 2018.07.20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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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이정선 기자]아득한 옛날, 치우와 황제가 한판 승부를 겨루게 되었다.

그러나 황제는 치우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치우가 짙은 안개를 일으켜 황제의 군사를 유인하더니, 순식간에 깨뜨려 버린 것이다.

황제는 부랴부랴 작전회의를 소집했다. “치우는 용의 울음소리를 두려워한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황제는 응용(應龍)을 출전시켰다. ‘용의 조화’로 치우의 안개를 무력화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치우는 용이 조화를 부리기도 전에 풍백(風伯)과 우사(雨師)를 시켜서 폭풍우를 쏟아냈다. 온 세상이 물바다였고, 황제의 군사는 궤멸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다급해진 황제는 2차 작전회의를 소집했다. 회의 결과, 하늘에 있는 자신의 딸 한발(旱魃)을 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한발은 몸이 항상 이글거리는 ‘뜨거운 여성(?)’이었다.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싸돌아다니는 것을 ‘밝히는’ 체질이기도 했다.

황제의 명령을 받고 출전한 한발은 곧바로 능력을 발휘했다. ‘불덩이 같은 몸’으로 폭풍우를 증발시킨 것이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도 기진맥진하고 말았다. 한발은 전쟁이 끝나도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고 인간 세상에 눌러앉았다.

그 바람에 한발이 가는 곳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고 바짝 타 들어갔다. 백성의 원성이 높아지자, 황제는 한발에게 적수(赤水) 이북에서만 살도록 지시했다.

그렇다고 한발의 ‘뜨거운 방랑벽’이 잠잠해질 수는 없었다. 황제 모르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 때마다 한재(旱災)가 심각해졌다.

그 와중에 해결책을 어렵게 찾을 수 있었다. 도랑을 파는 방법이었다. 도랑을 파면서 “제발 적수 이북으로 물러가 달라”고 하소연하면, 한발은 마지못해서 발길을 돌렸다는 것이다.

이 ‘뜨거운 한발’이 조선 땅까지 기웃거렸던지, ‘무지’ 뜨거운 어느 여름날이었다. 시인 이언진(李彦璡·1740∼1766)은 서울의 거리 풍경을 이렇게 읊고 있었다.

“사람들이 간장처럼 짠 땀을 쏟으며(街頭汗流如醬)/ 저마다 손에서 부채를 놓지 못하는구나(箇箇扇不離手)/ 심지어는 대석교에 있는 돌사자의 목에서도(大石橋獅子項)/ 물 한 방울 흘러내린 흔적이 남아 있네(看水痕一顆走).”

얼마나 날씨가 더웠으면 돌로 만든 사자마저 목에서 땀이 솟을 정도였다. 마치 요즈음 같은 폭염이었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던 당시였다. 찌는 듯 더워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부채질이 고작이었다. 그래서 손에서 부채를 놓지 못하고들 있었다.

전기라는 게 없던 시절, 다산 정약용(丁若鏞·1762∼1836)은 더위를 식힐 8가지 방법을 궁리했다. ‘소서팔사(消暑八事)’다. 이 방법을 동원하면 ‘왕짜증’을 좀 넘길 수 있을 것인지.

① 소나무 밑에서 활쏘기 ② 나무그늘에서 그네 타기 ③ 빈 누각에서 투호놀이 ④ 대자리 위에서 바둑 두기 ⑤ 서쪽 연못에서 연꽃 구경하기 ⑥ 동쪽 숲에서 매미소리 듣기 ⑦ 비 오는 날 시 짓기 ⑧ 달밤에 냇물에 발 담그기.

이정선 기자  jslee@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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