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마포칼럼
[마포 칼럼] ‘1회용 컵’ 줄이는 방법
  • 이정선 기자
  • 승인 2018.07.13 05:50
  • 댓글 0
   
 

우리는 아득한 옛날부터 숭늉을 마셔왔다. 솥으로 밥을 짓고 나서, 뜸을 들이면 솥바닥의 밥이 갈색 누룽지가 된다. 이 누룽지에 물을 붓고 다시 끓여서 숭늉을 만들었다.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는 우리보다 물을 훨씬 많이 넣고 밥을 짓는다. 우리가 쌀과 물의 비율을 1 : 2로 하는 데 비해, 그들은 1 : 4의 비율로 한다. 그렇게 쌀을 끓인 다음에, 쌀이 부풀면 물을 퍼내고 다시 쪄서 먹는다. 그러면 숭늉이 생길 수 없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와 밥 짓는 방법이 비슷하지만 솥을 고정시켜놓지 않기 때문에 밥을 푸고 남은 것을 그대로 버린다. 숭늉을 아예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숭늉은 우리 민족의 ‘고유 음료’다. 지구촌에서 숭늉을 마시는 사람은 우리뿐이라는 얘기다.

우리는 짠 발효음식을 반찬으로 밥을 먹으며 살아왔다. 배추김치에는 3∼6%, 짠지와 절인 생선에는 20%의 염분이 들어 있다. 젓갈은 염분이 20∼40%나 된다.

요즘은 ‘나트륨’이라는 어려운 용어를 쓰고 있지만 염분을 너무 많이 섭취한다고 걱정들이다. 더구나 ‘탄수화물’인 밥을 먹으면, 인체가 짠맛이 나는 염분을 더 많이 요구하게 된다고 한다.

숭늉은 이 지나치게 섭취된 염분을 중화시켜주는 작용을 했다. 숭늉을 끓이는 과정에서 전분이 분해되어 포도당이 되고, 그 포도당이 녹아 있는 숭늉은 산성을 알칼리성으로 중화시켜 주는 작용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숭늉의 구수한 맛은 염분 때문에 찜찜해진 입 속을 깔끔하게 씻어주는 기능도 했다. 숭늉을 마시고 나면 개운한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그 속에 있는 포도당과 전분 덕분이라는 것이다.

몸에 해롭다는 짠 음식을 수천 년 동안 먹으면서도 우리 민족이 멸종(?)하지 않은 것은 숭늉 덕분이었던 셈이다. 조상의 ‘지혜’였다.

그러나 전기밥솥이 보급되면서 숭늉은 거의 ‘전멸’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식성까지 바뀔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아직도 음식을 짜게 먹고 있다. 중화작용을 해주는 숭늉도 없이 짠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이다.

그 숭늉 대신 국민이 마시게 된 게 커피라는 분석이 있다. 그 중에서도 숭늉처럼 달짝지근한 맛이 나는 ‘커피믹스’다.

통계를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소비된 커피는 265억 잔으로 인구 5177만 명을 감안하면, 국민 1인당 연간 512잔이나 마신 셈이라고 했다. 커피를 마시지 않을 아이들 등을 제외하면 이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다. 그 가운데 커피믹스가 130억5000만 잔으로 절반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지금 1회용 컵 때문에 야단들이다. 환경부는 커피·패스트푸드점의 1회용 컵 점검에 나서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위반업소에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했다.

스타벅스가 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스트로)를 없애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환경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기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도 커피 소비를 조금씩이라도 줄이자는 말은 나오지 않고 있다. 커피를 줄이면 1회용 컵이나 빨대도 따라서 줄어들 텐데, 그럴 마음들은 좀처럼 없는 것이다.

커피를 줄이는 대신 ‘고유의 음료’인 숭늉을 찾으면 된다. 그러면 입안이 개운해지고, 짠 음식을 중화시켜서 건강에 좋고, 지나칠 경우 몸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커피를 저절로 덜 먹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요즘처럼 먹고살기 힘들 때 커피값이라도 좀 아끼면 살림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이정선 기자  jslee@sateconomy.co.kr

<저작권자 © 토요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기획·분석기사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