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칼럼] ‘회장님을 위한 노래’
[마포 칼럼] ‘회장님을 위한 노래’
  • 이정선 기자
  • 승인 2018.07.09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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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건륭제는 학문을 좋아했다. 역사와 문학에 특별히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책을 간행할 때 직접 교정을 보기도 했다. 잘못된 글자를 찾아내면 마치 큰일이라도 해낸 것처럼 우쭐하곤 했다.

약삭빠른 신하들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건륭제에게 바칠 원고에 틀린 글자를 일부러 섞어 넣은 것이다. 잘못된 글자는 눈에 잘 보일만한 자리에 들어 있었다.

건륭제는 그 꾸며놓은 틀린 글자를 어김없이 적발했다. 그리고는 즐거워했다. 신하들은 건륭제의 학식이 높다는 찬사를 침을 튀기며 늘어놨다.

청나라 말 권력자 서태후의 환갑잔치는 요란했다. 잔치비용이 국가예산의 6분의 1이나 되는 1000만 냥에 달했다.

잔치의 ‘하이라이트’는 새장 속에 가둬두었던 새를 한꺼번에 풀어주는 ‘방생의식’이었다. 이연영(李蓮英)이라는 환관이 기획하고 주관한 행사였다.

새를 날려 보낸 서태후는 흐뭇해했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날려 보낸 새 가운데 몇 마리가 새장 속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신하들은 새가 서태후의 덕을 사모해서 되돌아온 것이라고 입을 모아서 칭송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되돌아오도록 오랫동안 훈련시킨 새였다. 기막힌 아첨이 아닐 수 없었다.

‘장자’에도 대단한 아첨 이야기가 나온다.

송(宋)나라 때 조상(曹商)이라는 사람이 진(秦)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출발할 때는 수레가 몇 대뿐이었다. 그러나 진나라 임금을 만나고 돌아왔을 때는 수레가 100대나 되었다. 빈 수레가 아니라 재물 따위가 가득한 수레였을 것이다.

조상은 장자(莊子)를 찾아가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자랑했다.

“나는 궁색한 집에서 짚신이나 신고 살면서, 깡마른 얼굴로 지내는 것 따위는 잘할 수 없습니다. 반면 임금을 설득해서 100대의 수레가 뒤따르게 하는 일은 잘할 수 있습니다.”

장자는 그런 조상이 가소로웠다. 한마디 쏘아주지 않을 수 없었다.

“진나라 임금이 언젠가 심한 치질에 걸려서 의원을 부른 적이 있었다네. 고름을 짜주는 의원에게는 수레 1대를 줬다고 했지. 고름을 입으로 빨아주는 의원에게는 5대를 주었고. 치료방법이 지저분할수록 수레를 많이 줬다는 거야. 그렇다면 자네는 치질을 핥아서(舐痔∙지치) 고쳐줬는가. 어떻게 그토록 많은 수레를 받을 수 있었나. 그만 돌아가게.”

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들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위해 연습했다는 노래와 율동의 동영상을 보고 돌이켜본 ‘아첨의 과거사’다. 노래의 기사가 좀 낯간지러웠다.

“회장님을 뵙는 날, 자꾸만 떨리는 마음에 밤잠을 설쳤었죠. 이제야 회장님께 감사하단 말 대신 한 송이 새빨간 장미를 두 손 모아 드려요. 새빨간 장미만큼 회장님 사랑해. 가슴이 터질 듯한 이 마음 아는지.…”

어떤 승무원은 박 회장을 볼 때 ‘반가움의 눈물’을 흘리는 역할을 맡았다고 했다. 또 어떤 승무원은 박 회장의 손을 깊숙이 잡고 꼭 안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도 했다. 육아 휴직 후 복직한 승무원은 박 회장에게 바칠 종이학 1000마리를 접어야 했다고 한다.

더 있었다. 정치판에서 논란을 빚은 ‘부엉이 모임’도 많이 다르지 않은 듯했다. “밤에 활동하는 부엉이처럼 어려운 시기에도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자”는 모임이라고 했다.

서양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말했다.

“아첨꾼에게 쫓기느니, 차라리 까마귀밥이 되겠다. 까마귀는 시체를 쪼아 먹지만, 아첨꾼은 살아 있는 사람을 그대로 먹어치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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