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칼럼] 규제혁신이 실패하는 이유
[마포 칼럼] 규제혁신이 실패하는 이유
  • 이정선 기자
  • 승인 2018.07.04 0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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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때 이른바 ‘규제개혁 전문가’가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부터 규제를 ‘우리가 쳐부술 원수’, ‘암 덩어리’라며 ‘혁파’를 강조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손톱 및 가시’라는 표현도 쓰고 있었다. 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는 “역대 정부마다 규제개혁을 외쳐왔지만, 국민과 기업이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의 말처럼, 규제를 쳐부수기 위한 ‘끝장토론’이 열리기도 했다.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라는 회의였다. 당시 캐치프레이즈는 거창했다. ‘확 걷어내는 규제장벽, 도약하는 한국 경제’였다.

규제를 효과적으로 ‘혁파’하기 위해서는 1만5000개 넘는 규제를 ‘분류’할 필요가 있었다.
▲좋은 규제 ▲나쁜 규제 ▲꼭 필요한 규제 ▲숨은 규제 ▲복합 규제 ▲덩어리 규제 ▲보이지 않는 규제 ▲단순 규제 ▲논란 규제 ▲갈라파고스 규제 ▲낡은 규제….

‘해법’도 쏟아지고 있었다.
▲규제 지도 작성 ▲규제 기요틴 제도 ▲레드 테이프 챌린지(Red Tape Challenge) ▲ 지자체 규제지수 개발 ▲규제 일몰제 확대 ▲규제 총점관리제도 ▲페이고(Pay-go) 법안 ▲규제개혁 신문고 ▲규제 신문고 실명제.…

이랬으니, 규제는 박근혜 정부 때 깡그리 ‘혁파’될 만했다. 그러나 규제는 혁파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말에는 ‘규제 폭포’라는 희한한 ‘신조어(?)’까지 생겼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규제 법안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바람에 ‘규제 폭포’ 같은 상황이 되고 있다고 하소연한 것이다. 그 바람에 기업 경영 활동에 ‘과부하’가 걸릴 정도라고 우려하고 있었다.

지금, 문재인 정부도 ‘규제혁신’이다. 하지만 ‘혁신’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달 27일 열릴 예정이던 ‘제2차 규제혁신점검회의’가 연기된 것을 보면 그렇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미흡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기할 것을 건의했고, 문 대통령은 “답답하다”며 건의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서 보고해 달라”며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규제혁신은 구호에 불과하다. 우선 허용하고 사후에 점검하는 네거티브 방식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내달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규제를 혁신하고 개혁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숫자부터 줄일 필요가 있다. 공무원이 하는 일은 규제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밥그릇’을 지키려면 일을 찾아서 해야 하는데, 규제를 없애면 할 일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최소한의 규제만큼은 포기하지 않으려는 게 공무원이다. 퇴직 후 정부 산하기관이나 민간기업에 취직하기 위해서라도 규제를 만들어내려는 ‘속성’이 있다고 했다.

공무원 숫자를 늘리면서 외치는 규제혁신은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도, 문재인 정부도 공무원을 늘리면서 규제개혁, 규제혁신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는 아예 ‘공무원 일자리’를 강조하면서 규제혁신이다.

규제개혁 또는 혁신은 이미 역대 정부를 거치며 ▲규제 완화 ▲행정개혁위원회 ▲행정쇄신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규제개혁기획단 ▲규제개혁추진단 등의 이름으로 추진되어 왔다. 그게 벌써 30년이다. 그러면서도 정권이 바뀌면 또 규제개혁이었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초기에는 소위 ‘전봇대’를 제거한다며 규제 개혁에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정권 후기로 가면서 흐지부지하고 말았던 ‘과거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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