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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도 못하는 ‘투잡’
  • 이정선 기자
  • 승인 2018.06.08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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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이정선 기자]1970년대에 박정희 정권이 강조했다.

“1980년대가 되면 100억 달러 수출과 1인당 1000달러 국민소득을 달성한다. 그러면 ‘소비가 미덕’인 사회가 될 것이다. 군사력도 현재(70년대)의 영국 수준이 된다. 그럴 경우 북괴(北傀)의 위협 따위는 걱정 없게 된다.”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강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국민은 ‘유신 독재 정부’의 말을 반신반의하면서도 허리띠를 졸랐다. 이른바 ‘증산·수출·건설’이었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표현처럼, “피죽 한 그릇 먹고 펄펄 뛰었다.”

덕분인지, 100억 달러 수출은 4년이나 앞당겨졌다. 1977년 말 유신정우회는 ‘내일의 한국-대망의 80년대’라는 자료를 자랑스럽게 내놓았다.

“우리는 어려운 시련을 극복하고 대망의 80년대를 넘겨다보게 되었다.… 그동안 세 차례에 걸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달성했으며, 대망의 100억 달러 수출과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 목표를 4년 앞당겨 달성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렇게 ‘대망의 80년대’를 강조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대망의 80년대’를 앞당긴 정부는 1990년대 청사진을 내놓았다. 1991년에는 수출이 1146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했다. 1인당 소득은 8000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도 했다.

당시로서는 꿈같은 목표였다. 국민은 그 목표를 위해 ‘미덕’인 소비를 접어야 했다.

그리고, 세기가 바뀌어서 ‘21세기’가 되었다. 그 사이에 대한민국은 ‘무역 1조 달러 국가’로 도약했다. 수출만 자그마치 5000억 달러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 달러 수준까지 늘어났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런데도 국민은 ‘미덕’인 소비를 느긋하게 즐기지 못하고 있다. ‘소비가 미덕인 사회’는 아직도 오지 않았다.

소비는커녕, 먹을거리까지 줄이고 있다. 외식은 어림도 없는 일이 되었고, 덕분에 ‘가정간편식’ 장사만 돈을 벌고 있다. 먹을 것을 줄이는데 다른 소비는 말할 필요도 없다.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이는 이른바 ‘다운사이징’을 하고 있다.

되레 정부가 ‘미덕’이어야 할 소비를 호소하고 있다. ‘주 5일 근무제’다, ‘대체 휴가’다 하면서 소비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여름휴가를 하루씩 더 가서 위축된 소비를 늘려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는 ‘주 5일 근무제’를 밀어붙이면서 일주일에 5일만 일하고 나머지 2일은 소비 좀 하라고 했다. 그래야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은 ‘방콕’이었다. 가장 먼저 비명을 지른 것은 택시 기사들이었다. 국민이 ‘방콕’을 하는 바람에 손님이 뚝 떨어졌다는 아우성이었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이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저녁 있는 삶’이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나 월급쟁이들은 김대중 정부 때처럼 ‘방콕’도 하기 힘든 형편이다. 돈 때문이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월급이 깎이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월평균 임금이 247만1000원에서 220만 원으로 27만1000원이나 깎일 것이라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저녁 있는 삶’이 아닌 ‘투잡 있는 삶’이라는 푸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투잡’을 해야 깎인 월급을 보충해서 은행 이자라도 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투잡’마저 쉽지 않아지고 있다. 최저임금이 ‘왕창’ 오르면서 ‘알바 자리’가 여의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이정선 기자  jslee@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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