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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지 이야기] <23> 불친절한 대한항공 여승무원
  • 김영인
  • 승인 2018.06.07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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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는 미국 뉴욕의 케네디 공항에 도착하고 있었다. 어둑어둑한 저녁때였다. 대한민국의 공무원이 벌써부터 마중 나와 대기하고 있었다. 입국 절차는 일사천리였다. 공무원이 ‘알아서’ 처리해주고 있었던 듯했다. 그야말로 ‘칙사 대접’이었다.

공무원이 기레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리는 없었다. 공무원이 기다린 사람은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현안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 ‘대한민국의 장관’이었다.

그러니까 기레기는 이를테면 대한민국의 장관과 함께 도착한 ‘수행 기자’였다. 한미 현안 회의를 ‘취재’하기 위해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날아온 것이다.

따라서 기레기는 이번만큼은 단순히 낑이나 쓰며 놀자고 온 것이 아니었다. 비행기표를 정부 돈으로 끊은 수행 기자였다. 정부 돈이라면 국가 예산이었다. 그랬으니 기레기는 ‘반(半) 공무원’이 된 셈이었다.

기레기는 동료 기자 한 명과 함께였다. 장관 일행은 국장과 비서관 등을 포함해서 ‘대부대’였던 반면, 취재 기자는 기레기를 포함해서 달랑 두 명뿐이었다. ‘단출한 기자단’이었다.

물론 두 기자에게 특별한 ‘취재 능력’이 있어서 장관을 수행 취재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기자실의 해외출장 ‘순번’에 따라 차례가 돌아온 것이었다.

장관을 수행 취재하는 기자였던 덕분인지 좌석부터가 달랐다. 널찍한 좌석에 앉아서 다리를 쭉 뻗고 느긋하게 날아올 수 있었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여승무원이 찾아와서 아기자기한 목소리로 “불편하거나 필요한 것이 없나‘ 묻고 있었다. 없다고 대답했는데도 얼마 후에 다시 와서 또 묻고 있었다. 서비스부터가 달랐다.

심지어는 비행기 조종하느라고 바쁠 기장도 찾아와서 인사를 하고 있었다. 장관에게 인사했으면 그만일 텐데 기자에게까지 인사였다.

기내식도 ‘성찬’이었다. 일반석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술을 한 잔 달라고 요청하면, 아예 병째로 주겠다고 하고 있었다. 출국 때는 말할 것도 없었고, 미국에 도착해서 입국할 때도 칙사였다. 기분 ‘짱’인 여행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대접이 다르기 때문이었는지, 기레기의 동료 중에 ‘비즈니스석’을 악착같이 찾아다니는 기자가 있었다. 대한항공 ‘고위층’의 이름을 팔아가며 좁은 좌석에서 비즈니스석의 비어 있는 넓은 자리로 옮기곤 한 것이다. 그렇게 동료 기자들과 떨어져 있다가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나타나곤 했다.

해외출장 조건에 비즈니스석을 반드시 넣어달라고 우기던 기자도 있었다. 비즈니스석이 아니면 해외출장을 ‘일단 거부’ 정도였다. 이 기자는 자기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는 해외출장을 하면서 좌석까지 따지고 있었다.

어쩌면 그럴 만했다. 한때 대한항공의 불친절은 지나칠 정도였기 때문이다. 언젠가 기레기는 불친절한 여승무원에게 항의하다가 누군가처럼 ‘기내 소동’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다.

귀국 비행기에서 여승무원에게 ‘물 한 컵’을 부탁한 게 무리였다. 여승무원은 물을 3번이나 요청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외국인’ 탑승객에게는 옆에 바짝 달라붙어서 물과 주스 따위를 부지런히 ‘바치고’ 있었다.

참다못해서 소리를 버럭 질러도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여승무원은 감히(?) ‘무관의 제왕’을 무시하고 있었다. 대한항공에서는 목이 아무리 타 들어가도 참아야 속을 상하지 않을 수 있었다.

출국 비행기는 그렇지 않았다. 출국 때는 태국의 ‘타이항공’이었다. 여승무원에게 ‘물 한 모금’을 부탁했더니 소식이 없었다. 정중하게 다시 요청했더니, 여승무원은 쏜살같이 달려가서 ‘물 두 모금’을 가지고 오고 있었다. 깜빡했다고 웃으며 고개를 낮추고 있었다. 대한항공과 타이항공은 대조적이었다.

대한항공의 불친절은 경쟁업체인 아시아나항공이 생기고 나서야 개선되고 있었다. 독점체제는 나빴다. 고치는 게 바람직했다. 아직도 독점체제가 계속되었다면 대한항공은 아마도 승객을 짐짝으로 간주하고 있을 것이었다. 고작‘땅콩 한 봉지’ 때문에 회항했다는 대한항공은 이런 ‘과거사’도 있었다.


<이 글은 도서출판 지식공방에서 펴낸 저서 '촌지'를 약간 수정, 보완해서 재록하는 것입니다>

김영인  bellyki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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