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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
  • 이정선 기자
  • 승인 2018.06.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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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면서 돈 빌리기 어려워진 서민들이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개인신용대출은 5월말 100조8204억 원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신용대출은 지난 4월 1조1685억 원 늘어난 데 이어 5월에도 1조990억 원이 증가하면서 두 달 연속 1조 원 넘게 늘었다고 했다.


이 같은 개인신용대출 증가세를 이사철 자금 수요에 따른 ‘계절적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4∼5월 이사철에는 자금 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에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늘어나는 경향이라는 해석이다.


그런데 새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다 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규제되는 바람에 ‘풍선효과’로 서민들이 신용대출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이른바 ‘생계형 대출’이다. 먹고살기 위해서 은행돈을 빌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민들은 가계 빚을 얻지 않을 수 없다.


월급쟁이들은 ‘월급 로그아웃’을 겪고 있다. 통장에 월급이 입금되자마자 빠져나가는 ‘로그아웃’이다. ‘월급고개’라는 말이 ‘월급 로그아웃’으로 진화된 것이다.


‘월급고개’는 그래도 쥐꼬리 월급으로 얼마 동안은 버틸 수 있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로그아웃’은 입금되기가 무섭게 ‘월급 텅장’이다. 이 신조어가 생긴 지 벌써 한참 되었다. 이런 월급쟁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은행 빚밖에 없다.


‘구조조정’을 당한 월급쟁이들은 ‘10명이면 9명이 망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별 수 없이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라면가게, 치킨가게를 차리는 것이다. 그래야 ‘일단’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금과 저축을 합쳐도 부족한 돈은 은행에서 빌릴 수밖에 없다.


‘용돈’에도 미치지 못하는 ‘연금’을 받고 있는 연금생활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손가락만 빨면서 살 재간이 없으면 빚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소득 하위 10%인 가구가 한 달에 100만 원 미만을 벌면서 지출은 110만6600원을 하고 있다는 통계청의 ‘2017 가계동향조사’도 있었다. 이런 적자 가구가 전체의 18.2%에 달했다. 빚을 얻어야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이다.


역대 정부는 갈수록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서 온갖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생계형 대출’에 신경을 썼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생계형 대출’이 40%다, 50%다 하면서 그 비중을 조사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제 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서민이나 자영업자 등의 생계형 대출이 많기 때문에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는 등 대출 억제 정책에 신중을 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신중을 기하기도 힘들 정도로 가계 빚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3월말 현재 가계부채는 1468조 원으로 불었다. 작년 말보다 17조2000억 원이 또 늘었다.


가계 빚을 줄이는 방법은 ‘일자리’밖에 없다. 일자리가 있어야 빚을 조금씩이라도 갚아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일자리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정선 기자  jslee@sas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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