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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푼돈'…은행 예금도 차별하나
  • 이선주 기자
  • 승인 2018.05.17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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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이선주 기자] 은행들이 프로야구와 관련된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응원하는 팀의 성적이 좋을 경우 이자를 더 보태주는 금리 우대 금융상품이다.

광주은행은 ‘KIA 타이거즈 V12 우승기원 예·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우승기원 예금’은 기본금리 연 1.9%에 최대 0.5% 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더해 2.4%의 이자를 주는 예금이다.

기아타이거즈가 정규리그 20승 투수를 배출하면 0.1% 포인트,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0.2% 포인트,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 0.2% 포인트의 이자를 더 얹어준다고 했다.

‘우승기원 적금’은 기본금리 1.8%에 예금과 같은 조건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고 했다. 7연승 이상의 기록을 내면 여기에 추가우대금리 0.5% 포인트까지 더해서 최고 2.8%의 이율이 적용된다.

그러나 ‘우승기원 예금’은 500만 원부터 가입할 수 있다고 했다. 500만 원 미만인 돈은 가입대상이 아닌 것이다. 기아타이거즈를 응원하는 팬이 가입하고 싶어도 500만 원이 없으면 ‘사절’이다.

‘우승기원 적금’도 월 10만 원부터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10만 원도 되지 않는 ‘푼돈’은 ‘사절’이다.

BNK부산은행은 ‘BNK가을야구 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예금 역시 300만 원 이상이어야 가입할 수 있다. 어지간한 월급쟁이의 한 달 봉급이다.

게다가 가입금액이 많아야 이자를 더 준다고 했다. 1000만 원 미만인 예금에는 기본금리가 1.85%다. 1000만 원 넘으면 2%다. 여기에 부산 연고구단인 롯데자이언츠의 시즌 성적과 관중 수에 따라 최고 0.4% 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고 했다. 돈이 없어서 예금을 적게 하는 가입자는 이자도 짧다.

신한은행의 ‘신한 KBO리그 정기예금’도 기본금리 2%에 가입자가 선택한 구단의 성적에 따라 최고 2.3%까지 금리 우대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300만 원부터 가입할 수 있다. 300만 원 미만인 ‘푼돈’은 역시 ‘사절’이다.
어린이나 학생 야구팬은 가입하기가 껄끄러운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프로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하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도 가입자가 상당한 모양이었다. 판매 한도 1조 원이 40영업일 만에 소진되는 바람에 1조 원을 추가로 판매한다고 했다.

SC제일은행은 모집금액에 따라 최고 2%의 이자를 주는 ‘e-그린세이브예금’을 지난달 내놓았다. 모집금액이 100억 원 미만이면 1.65%, 100억 원 이상이면 1.0%, 300억 원 이상이면 1.9%, 500억 원 이상이면 2%의 이자를 준다고 했다. 이 예금에도 ‘미니멈’ 한도가 있었다. 100만 원이다. 그러니까 100만 원도 되지 않는 ‘푼돈’은 가입할 수 없는 예금이다.

이런 예금상품이 나오면 푼돈은 서러울 수밖에 없다. 예금 좀 하려고 해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자마저 차별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과거 ‘금융기관’이던 당시에는 벙어리저금통의 동전까지 유치했었다. 하지만 ‘금융회사’가 되면서 푼돈을 글자 그대로 ‘푼돈’ 취급하고 있다. 저마다 ‘프라이빗 뱅킹’을 한다며 뭉칫돈 예금을 우대하고, 끌어들이더니 이제는 푼돈을 아예 예금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푼돈은 갈수록 서러워지고 있다. 푼돈을 한푼 두푼 모아 목돈을 만들어보려고 하지만, 예금을 하려고 해도 이자조차 박하게 주기 때문이다.

이선주 기자  ls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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