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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칼럼] 북한 화학무기는 어쩔 건가?
  • 이정선 기자
  • 승인 2018.05.16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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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가스인 ‘사린’은 무섭다. 사린은 신경을 파괴하는 가스다. 몸무게 70㎏인 사람에게 0.07㎎만 먹여도 곧바로 치사량이다. 물과 땀에 녹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피부에 닿아도 안 된다. 2㎎ 정도가 몸에 묻어도 끝장이다.

사린 농도가 ㎥당 100㎎인 곳에서 30초 동안 숨을 쉬도록 하면, 15분 이내에 95% 이상을 죽일 수 있다. 청산가리보다 500배 이상 독하다. ‘살인’과 희한하게도 발음이 닮은꼴인 가스다.

독성이 이렇게 상세하게 알려져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치가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을 상대로 인체실험을 했기 때문이다.

1936년 독일의 염료공장에서 살충제를 연구하던 게르하르트 슈라더라는 직원이 우연히 ‘타분’이라는 신경가스를 만들었다. 나치는 그 가스의 군사적 효용가치를 즉시 인정했다. 슈라더는 비밀 연구실에서 타분의 독성을 배가시키는 연구를 하게 되었다.

2년 뒤인 1938년 마침내 ‘사린’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사린이라는 이름은 제조에 참여했던 슈라더와 암브로스, 뤼디거, 린데 등 연구원들의 이름 첫 글자를 따서 붙인 것이다. 그러니까 독일 발음으로는 ‘자린’이다.

사린 같은 ‘화학 폭탄’은 단 한 발로도 60㎢ 지역 내에 있는 사람의 절반을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죽은 사람보다 살아남은 사람이 더 괴롭다. 고통 속에서 죽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면적은 605㎢다. 사린 폭탄 10발만 터뜨리면 서울을 싹쓸이할 수도 있다. 이 가공할 파괴력 때문에 군사연습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고 한다.

북한이 이 끔찍한 화학무기를 ‘엄청’ 많이 가지고 있다는 보도가 가끔 나오고 있다. 2500∼5000t이나 비축해놓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김정남을 독살한 것으로 알려진 ‘VX’는 ‘사린’보다 독성이 100배나 무섭다고 했다. 그래서 북한은 화학무기를 실제 사용했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

여기에다 탄저균과 천연두, 페스트 등 생물무기의 자체생산 능력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년 외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생물무기인 탄저균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하는 실험을 시작했다고 했다. ICBM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70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탄저균이 사멸하지 않도록 내열·내압장비 등의 실험을 시작했으며, 성공했다는 미확인 정보도 있다는 보도였다.

지난달에는 미국 국무부가 북한의 시리아 화학무기 개발 지원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소속 전문가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2~2017년 시리아에 탄도미사일과 화학무기 개발에 필요한 물자를 제공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다음달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불법적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 문제’가 거론되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얘기는 별로 들리지 않고 있다.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쇄하겠다는 발표를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기를 ‘제로’로 만든다고 해도, 화학무기와 생물무기가 있는 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기는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핵무기보다 더 겁나는 게 화학무기∙생물무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정선 기자  jslee@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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