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국가경쟁력] LG, 한국 경제 발전사의 새 장
[기업이 국가경쟁력] LG, 한국 경제 발전사의 새 장
  • 정동진 기자
  • 승인 2018.05.0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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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진=LG>

[토요경제=정동진 기자] 빅데이터 분석 도구 '소셜메트릭스'로 LG를 검색하면 항상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LG전자다. 누군가는 럭키금성, 금성사, 독립운동, 의인을 기억하고, 최근에는 방탄소년단과 컬링이라는 단어가 추가됐다.

창립 71주년을 맞은 대기업으로 대한민국 경제 발전사와 산업 근대화의 주역을 논할 때 우스갯소리로 LG를 빼놓는다면 대화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다.

지금은 글로벌 기업이 되어버린 LG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조그만 포목점에서 출발했다. 1931년 구인회 창업주가 경남 진주에 '구인회상점'을 개업한 뒤 1941년 허씨 일가와 동업을 시작한 게 LG 역사의 시발점이다.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로 동동구리무(화장품)를 제조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당시 대한민국 최초로 플라스틱 생산과 연고 치약 '럭키 치약'을 선보인 이후 'LG가 손대는 것은 곧 국내 최초'라는 위상을 성립한 것이 이때부터다. 이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세계 최초 개발' 타이틀로 이어진다.

몇 개만 언급한다면 진공관 5구 라디오, 12인치 선풍기, 국산 냉장고 1호, 흑백 TV 생산, 전자식 VCR 개발 등이다. 1970~80년대에 국내 최초가 많았던 이유는 전자·화학산업을 개척하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상은 ▲1953년 락희산업(현 LG상사) ▲1958년 금성사(현 LG전자) ▲1962년 한국케이블공업(현 LS 전선) ▲1976년 금성정밀공업(현 LG이노텍) ▲1986년 럭키경제연구소(현 LG경제연구원) ▲1987년 에스티엠(현 LG CNS) ▲1996년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 ▲1999년 LG필립스 LCD(현 LG 디스플레이)까지 이어졌다.

지금은 LG라는 이름이 각인되어 있지만, 락희-럭키-럭키금성을 거쳐 완성된 브랜드다. 우연의 일치로 구인회 창업주의 락희와 금성사, 2대 구자경 명예 회장의 럭키금성 3대 구본무 회장의 LG로 LG가(家) 후계구도와 맥락을 같이한다.

1995년 구본무 회장이 취임하면서 기존 럭키금성그룹은 LG그룹으로 명칭을 고친다. 지금까지 선보인 LG의 슬로건 중에서 대중이 기억하는 문구가 바로 '사랑해요 LG'다.

특히 유일하게 1995~1998년에 이어 2003~2009년에도 다시 사용할 정도로 신라 기와의 사람 얼굴을 형상화한 로고와 함께 LG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렸다.

당시 김혜수, 김희애, 배용준, 최지우 등 구설수 없이 이미지가 선한 스타급 배우만을 기용해서 CF로 눈길을 끌었고, 국내 CM송의 대부로 알려진 가수 김도향에게 의뢰한 로고송은 유행가처럼 번져 나갔을 정도였다.

럭키금성이라는 각인된 브랜드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더욱 강한 이슈로 덮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전략이 주효했던 셈이다.

그러나 LG그룹의 사업이 모두 승승장구한 것만은 아니었다. 지금은 스마트 폰 사업이 아픈 손가락으로 통하지만, 이보다 아픈 기억은 금융업과 반도체 사업이다.

1990년대까지 전자, 화학과 함께 금융업은 LG그룹의 축이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지자 금성투자금융이 전환된 보람은행은 하나은행으로 합병, LG할부금융은 LG카드로, 다시 LG카드는 신한금융지주에 인수되어 신한카드로 합병됐다. 당시 채권단 지원을 받는 대신에 LG금융의 지주회사였던 LG투자증권을 매각, LG그룹의 금융업 포기선언으로 받아들였다.

혹자는 LG그룹에 금융업이 아픈 손가락이었다면 반도체 사업은 한(恨)이라거 평가한다. 외환위기 때 이른바 재벌 구조조정으로 LG반도체를 현대그룹의 현대전자로 넘긴 것이다. 정권의 '빅딜 정책'에 의해 자행된 것이라 당시 구자경 명예회장이 저항했음에도 청와대의 압박과 금융제재까지 이어지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LG트윈타워와 지근 거리에 있었던 전경련과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연을 끊었을 정도였다.

LG의 사훈 '인화단결'은 최근 젊은 층에게 '홍보팀 일 좀 해라'는 착한 바보로 종종 회자된다. 선행하고도 알리지 않고, 경쟁회사의 악재를 반사이익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전략이 마찬가지다. LG복지재단의 'LG의인상' 사업이 그나마 알려졌을 뿐 워낙 소극적이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LG의 선행 알리기에 나선 묘한 풍경이 연출된다.

2017년 구본무 회장의 신년사는 "국민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이 됩시다"로, 이듬해 구본준 부회장도 "국민과 사회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기업이 됩시다"고 힘주어 말할 정도로 고객을 최우선 가치로 국민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이 되자는 LG의 의지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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