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론’과 ‘새우론’
‘샌드위치론’과 ‘새우론’
  • 이선주 기자
  • 승인 2018.04.26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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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이선주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그룹 회장이던 2007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샌드위치론’을 폈다.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 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다.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고생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그러자 정부가 발끈했다. 어떤 장관이 반박하고 나섰다.

“IMF 외환위기 때의 ‘넛크래커(호두까기)론’이 ‘샌드위치론’과 무슨 본질적 차이가 있는가.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우려가 지나쳐 자칫 호들갑스럽게 목소리를 높이고 서로를 비판하는데 급급한 것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어떤 차관도 거들었다.

“우리나라는 외국인의 증권투자가 2700만 달러에 이르고, 국내총생산(GDP) 면에서도 11번째 거대경제권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토대 위에서 단순한 불안감을 나타내는 것은 한국 경제의 현재 위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 따른 것 아닌가.”

어떤 국장도 이 회장을 성토했다. 성토를 하면서 ‘조선업’을 예로 들고 있었다.

“지난 1∼2월 중국의 선박 수주량이 우리나라를 추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우리나라 조선 4사의 수주량이 생산 능력을 이미 초과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 조선업계는 주문이 너무 밀려서 제대로 소화를 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이 우리를 추월했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가. ‘샌드위치론’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어떤 국장이 사례로 들었던 조선업은 벌써부터 구조조정이다. 작년 4분기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0.8%에 불과했다.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민간 경제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 주력산업의 위기와 활로’라는 보고서에서 제조업 경쟁력이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철강, 석유화학, 기계, 자동차,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8대 주력산업의 ‘위기’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를 ‘고래 사이에 낀 새우’로 표현한 해외 사이트가 등장하고 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외국의 어떤 사이트가 우리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3개 강대국에 군사, 경제적으로 포위돼 오랫동안 고래 사이에 낀 새우였다”고 표현했다며 이를 바로잡겠다고 했다. 그나마 “오늘날엔 경제 발전으로 ‘중요한 새우’가 되었다”고 조금 우호적으로(?) 평가해준 게 다행스러웠다.

이 회장의 ‘샌드위치론’은 대한상의의 ‘신(新)샌드위치론’으로 진화(?)하기도 했다. 종전에는 중국이 가격 경쟁력으로 추격하고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 ‘샌드위치 구조’였지만, 이제는 신흥국의 추격과 선진국의 공세적인 제조업 부흥정책으로 고강도의 양면 협공을 받고 있다고 했다.

전경련은 샌드위치가 아닌 ‘샌드백’ 신세가 되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중국에는 기술 우위, 일본에는 가격 우위’에 있다는 공식이 깨지고, 기술과 가격경쟁력을 모두 읽어 가는 샌드백 신세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새우론’까지 추가되고 있다.

이 회장이 ‘샌드위치론’을 폈던 당시 청와대는 ‘참여정부 4년 평가와 선진한국 전략’이라는 자료집을 내겠다고 발표하고 있었다. 수출실적이나, 주가지수 등 ‘지표로 본 참여정부의 경제성적표’가 나름대로 잘해왔다고 자부심을 느낄 정도는 된다는 자료집이었다. 경제가 좋은데 웬 ‘샌드위치론’이냐는 식이었다.

지금도 대충 그렇다. 민간경제연구소의 우려 따위는 경청하지 않는 듯싶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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