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마포칼럼
[마포 칼럼] 삼성증권 ‘우리사주 대박’
  • 이정선 기자
  • 승인 2018.04.09 06:09
  • 댓글 0
<사진=Pixabay>

증권회사 직원들이 흥청거리던 시절이 있었다. 가지고 있는 주식이 ‘억’에 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억’이면 그 비싸다는 ‘강남 아파트’를 사고도 여유가 좀 있었다.

이렇게 재산이 넉넉했으니, 100만 원도 채 되지 않았던 월급 따위는 우스웠다. 월급을 하루 저녁 술값으로 탕진했다는 증권회사 직원도 가끔 있었다.

갓 입사한 ‘고졸 여직원’도 보유 주식이 ‘수천만’이었다. 우리사주조합 덕분이었다. 그 주식을 팔아 결혼자금으로 쓴 여직원도 있었다. 1980년대 말 무렵의 증권회사 직원들은 ‘우리사주 대박’이었다.

인터넷 사전을 옮기면 우리사주조합은 “1968년 자본시장육성에 관한 법률제정을 거쳐 1974년 비공개법인의 공개촉진, 근로자의 재산형성과 저축 능력 배양, 노사 간 협조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본격적으로 채택되었으며 1984년 활성화방안이 마련되었다”고 했다. ‘종업원지주제도’다.

종업원지주제도는 좋은 점이 있었다. 종업원의 재산을 형성해서 근로의욕을 높여줄 수 있었다. 그러면 애사심이 넘칠 수 있었다. 기업으로서는 직원들이 주주이기 때문에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종업원의 근로의욕이 높아져서 생산성이 향상되면 기업이 잘 굴러갈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직원 숫자가 많은 ‘대형 사업장’에서나 바람직할 게 종업원지주제도였다. 직원 숫자가 적은 증권회사는 얼마 안 되는 직원에게 많은 우리사주 주식을 분배하는 바람에 재산이 순식간에 ‘억’이 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증권회사 직원들에게는 ‘직장 경시풍조’가 생겼다. 직장을 그만두고 장사를 해도 먹고살 걱정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사표를 내고 다른 증권회사로 옮겨서 우리사주 주식을 또 받는 직원도 있었다. 그럴 경우 재산이 ‘곱빼기’로 늘어났다. 애사심은커녕, 이직을 하는 증권회사 직원도 적지 않았다.

몇몇 증권회사 직원은 끼리끼리 어울려 우리사주 주식을 헐어서 마련한 돈으로 땅 사고 콘도 투자를 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심각했던 부동산 투기가 더욱 악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었다.

삼성증권에서 이 ‘우리사주 대박’이 터질 뻔했던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사주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직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면서 주당 ‘1000원’을 ‘1000주’로 잘못 입력했다는 사건이다. 이를 ‘팻 핑거 에러(fat-finger error)’라는 까다로운 영어로 표현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 ‘배당 사고’를 시장이 열린 직후 알았고, 즉시 내부 전산망에 공지했지만 일부 직원은 그 짧은 사이에 벌써 주식을 팔아치웠다는 것이다. 그 주식이 501만 주에 달하고 있고, 매도금액이 1인당 ‘수십억’이라고 했다.

증권회사의 ‘창구사고’는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의 돈을 불려주기 위해서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하는 과정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다. 전형적인 창구사고는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의 돈을 불리려고 열심히 굴리다가 되레 날려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배당 사고’는 유례가 없는 사고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모럴 해저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정선 기자  bellykim@daum.net

<저작권자 © 토요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기획·분석기사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