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출 세계 4위' 정부의 큰 꿈
[기자수첩] '수출 세계 4위' 정부의 큰 꿈
  • 여용준 기자
  • 승인 2018.04.0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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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어릴 때부터 자주 듣던 말 중 하나가 “꿈은 크게 가져라”는 말이다. 그 말 덕분에 누군가는 대통령을 꿈꿨고, 또 누군가는 우주비행사를 꿈꿨다.

자라고 나서 이 말을 곱씹어보면 조금 다른 결론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꿈을 크게 가지면 좌절도 그만큼 아프다는 것이다.

꿈은 일종의 도박과 같다. 청춘의 시간과 열정을 베팅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결과를 따내지 못한다면 그 충격은 도박으로 전 재산을 잃은 그 누군가만큼 클 것이다.

정부가 5일 하나의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22년까지 일본을 제치고 세계 4위 수출 강국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계획은 구체적이다. 한국과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해 교역 확대와 인력 진출의 기반을 마련하고, 아세안과 인도 등 남방국가에 대해서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이미 체결한 FTA의 개선을 통해 경쟁국에 비해 유리한 시장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일본 등 11개국이 정식 서명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전향적으로 접근할 방침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아 보인다. 두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는 FTA 재협상에 이어 환율 압박까지 노골화되고 있다. 보호무역은 벌써부터 강화되고 있다.

그 바람에 수출업계는 아우성이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갈등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피해가 최대 367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난데없는 '4위 수출 강국' 청사진이다.

정부의 계획이 그대로 이뤄진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에는 변수가 많은 법이다. 중국의 소위 '사드 보복' 때문에 골치를 앓았던 게 바로 얼마 전이다. 미국에게 뒤통수를 맞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새롭게 길을 연 베트남, 아랍에미리트(UAE)의 사정도 언제 바뀔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수출업계의 사정도 좋다고 하기 힘들다. 올해 들어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는 해도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별로'인 형편이다. 몇몇 업종에서는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고, '고용위기지역'까지 지정되고 있다.

물론‘수출 세계 4위’라는 정부의 계획은 지지한다. 그렇지만 정부가 '일본 추월'에 앞서서 천문학적인 대일 무역 적자 해소대책부터 내놓았더라면 하는 불안감도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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