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이기섭 경제칼럼] 통장 쪼개기와 지출관리
  • 정종진 기자
  • 승인 2018.03.27 15:55
  • 댓글 0
   
▲ 이기섭 한국재무설계센터 재무이사/PB

지출통장 관리법(일명 통장 쪼개기)은 재무설계에서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새는 돈'을 막아주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득과 지출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있지만, 돈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저 '절약하면 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합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 가계부 쓰기 정도일 것입니다.

그나마 가계부도 매년 1월마다 올해는 꼭 써야겠다 다짐하지만 3개월을 고비로 흐지부지돼 버리곤 합니다.

돈 관리뿐 아니라 무엇을 하든 간에 처음의 다짐과 의지는 굳고 단단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처음의 각오는 점점 희미해져 가고 스스로의 게으름과 불성실을 핑계 삼아 유야무야 되기 쉽습니다.

결국 꾸준하고 지속적인 실천을 위해서는 마음가짐과는 상관 없이,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저절로' 굴러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정 경제에 있어서도 이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돈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소비 시스템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우선 집 책상 서랍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책상 서랍이 칸으로 구분이 돼 있지 않다면 어떤 모양일까요. 볼펜, 종이 등 모든 잡동사니가 한데 뒤섞여 어느 것 하나 찾으려면 온 서랍을 다 뒤져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합니다.

돈 관리가 안 된다면 정리 안 된 서랍과 같은 건 아닌지 한번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각종 지출과 수입이 모두 한 통장에 모여 있다 보니 '내가 어디에 얼마를 쓰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저 월급 얼마, 보험료 얼마, 카드대금 얼마가 나왔다는 정도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결제하는 카드가 2매 이상 넘어가면 이조차 잘 파악이 안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필기구는 필기구 통, 실과 바늘은 상자 등 용도별 칸에 물건이 들어 있는 서랍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서랍을 여는 것 만으로 한 눈에 뭐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칸칸이 정리된 서랍의 효용을 돈 관리에 응용한 것이 바로 통장 쪼개기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통장 쪼개기는 용도별로 통장을 만들고 해당 통장에 예산만큼의 돈을 매월 이체합니다. 그리고 통장을 사용할 때는 체크카드를 이용합니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예산만큼의 돈만을 사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용도별로 통장이 쪼개져 있기 때문에 통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소득과 지출 저축의 흐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럼 용도별로 통장을 어떻게 쪼개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지출 내역을 변동 지출과 고정 지출로 한번 나눠보시길 권합니다.

변동 지출은 식비, 외식비, 의류비, 미용 등 관리를 하지 않으면 과소비가 발생하기 쉽고, 주로 마트나 시장에서 사용하는 항목들입니다. 이 항목들을 마트통장으로 묶어 사용합니다.

고정 지출은 교육비, 용돈, 통신비, 주거생활비와 같이 한번 정해지면 잘 바뀌지 않는 항목들이며 주로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돈입니다. 고정 지출은 아마도 대부분 급여 통장에 연결돼 있기 때문에 추가로 통장을 만들지 않아도 됩니다.

다음으로 꼭 만들어야 할 매우 중요한 통장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연간 비용 통장입니다.

연간 비용은 명절, 경조사, 자동차보험, 휴가비, 여행비처럼 매월이 아니라 연간으로 지출되는 비용을 말합니다. 이 연간 비용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일년 동안의 '플러스' 현금 흐름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연간 비용 통장을 만들어 매월 적립하고, 필요할 때 사용한다면 막상 돈이 없어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해 이자를 내는 위험을 막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는데요. 바로 변동비에 대한 이체 방식입니다.

변동비는 생활비의 개념인데 한 달에 한번 이체를 하는 경우에 2~3주만에 이체한 돈을 다 써버리면 남은 기간에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변동비는 일주일치 예산을 산출한 후 매주 한번씩 이체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예약이체 기능을 활용하면 아주 편리합니다.

그리고 연간 비용의 이체방식은 수입의 형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요.

매달 수입이 고정된 경우가 아니라 보너스 또는 상여금처럼 불규칙적으로 지급된다면 그 수입을 연간 비용 통장으로 바로 입금하고 모자라는 금액만을 '12'로 나눈 후 매달 급여에서 이체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비정기 수입이 생겼다고 해서 생각하지 않았던 지출을 늘리는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재테크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큰부자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작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통장을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어쩌면 재무설계의 첫걸음이 아닐까요.

흔히들 예금이나 적금, 펀드 등 저축 통장만 통장 관리라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소비통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것이 실제로는 통장관리 그리고 돈 관리의 첫 걸음이고 재테크의 가장 기본이자 시작일 수 있습니다.

정종진 기자  whdwlsv@sateconomy.co.kr

<저작권자 © 토요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정종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기획·분석기사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