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시나리오가 제대로 먹혔다?
하나금융 시나리오가 제대로 먹혔다?
  • 유승열 기자
  • 승인 2018.03.13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태 3연임 위한 '친 김정태파' 작전…"사임은 예상 밖"
의혹 불거질 당시 하나금융 인사담당자 증언 및 자료 확보
▲ <사진=Toyo Economy>

[토요경제=유승열 기자] '채용비리 연루 의혹'에 강경 대응을 밝혔던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반나절 만에 사임의사를 표했다. 예상 밖 결과이지만,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지주의 시나리오가 제대로 먹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2일 오전까지만 해도 강경 대응을 강조했던 최 원장이 오후에 갑자기 사의를 밝혔기 때문이다.

최 원장은 이날 저녁 입장 발표문을 통해 "당시 본인의 행위가 현재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고, 금융권의 채용비리 조사를 맡은 금감원의 수장으로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이를 놓고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3연임을 위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추측들이다. 최 원장을 궁지에 몰아넣어 금감원이 기업 경영에 관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김 회장이 안전하게 3연임을 이룰 수 있도록 짜여진 작전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 내에서는 이를 두고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사임은 뜻밖의 결과이지만, 최 원장을 궁지에 몰아넣겠다는 목적을 이뤘다는 점은 같다"고 말했다.

채용비리 연루 의혹도 하나금융에서 의도적으로 흘린 게 아니냐는 얘기다. 채용비리는 회사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인물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또 김 회장 3연임에 있어 눈엣가시인 최 원장을 궁지로 몰기 위함이라는 점에서 유출경로로 하나금융 내 '친 김정태파' 인물이 꼽히고 있다.

하나금융은 논란이 커지기 전부터 금감원의 강력 대응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나금융은 인사담당자들의 증언과 통화내역을 확보해뒀으며 증거가 되는 관련 서류도 발견했다.

당시 회사 임원이 추천한 지원자의 '서류전형'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있었고, 최 원장이 추천한 지원자도 이 제도를 통해 혜택을 받았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서류다.

이 같은 사실을 안 청와대는 바로 대책 마련하기 위해 분주했다.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들과 이 건에 대해 논의했고, "회의 후 결정하라"로 지시했다.

이에 오후 수석보좌관회의 결과 최 원장의 경질을 결정하고, 이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하고 발표문을 통해 입장을 정리하라는 것이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자리가 미운 것이지, 사람이 미운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한때 한솥밥을 먹던 인물인데, 일이 이렇게 돼 유감"이라고 말했다.

금감원도 예견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하나금융의 증언 및 증거 확보를 확인했다는 것을 최 원장에게 보고했다"며 "채용비리 발본색원에 나선 당사자가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됐다는 점 자체가 말이 안되기에 현 사태를 예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목적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은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며 "안타깝고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신들의 '작전'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더 많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13일 3개의 검사반을 구성해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의혹 특별 검사에 착수했다. 검사반은 내달 2일까지 최 원장의 채용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된 2013년 당시 채용자료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존심과 권위로 사는 금감원이 수장까지 사임시킨 일을 두고 가만히 있을리 없다"며 "구겨진 권위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하나금융에 고강도 철퇴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