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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칼럼] 정치판의 ‘전쟁론’
  • 이정선 기자
  • 승인 2018.03.1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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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1월 1일부터 3월 28일까지의 대선 후보 발언에서 빈도가 잦은 단어를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그 결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좌파’라는 단어를 99번이나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었다. ‘사람’이라는 단어의 100번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 홍 후보는 ‘좌파’라는 단어가 ‘단골 메뉴’였다.

홍 후보는 ‘위기론’ 비슷한 것도 내놓았다. “김정은 정권을 옹호하는 좌파 정권이나 위장보수 친북 정권이 들어선다면 미국이 우리와 상의도 없이 북한을 선제 타격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었다. ‘선제 타격’이라고 했으니, 국민에게는 마치 ‘전쟁’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얘기처럼 들렸다.

홍 후보의 ‘좌파’ 발언은 당대표가 되고 나서도 여전했다.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는 “좌파 국가주의로부터 대한민국과 국민의 삶을 지켜내겠다”고 했다. 설날 연휴에는 페이스북에 “재판마저 촛불시위로 하겠다는 좌파 정권의 횡포에 역사적 단죄가 있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우리가 힘들여 유치한 평창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으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아예 북의 지도부를 초청해 연방제 통일을 하자고 할 것인가” 했다. 또, “정치는 주사파 세상, 경제는 좌파 사회주의 경제 세상, 사회는 친북 좌파들이 내놓고 설치는 세상, 문화는 좌파 코드만이 행세하는 세상이 나라다운 나라인가… 지금 이 정권은 정상적인 국가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다”고 하기도 했다.

‘미투 운동’과 관련해서도 페이스북에 “우리 우파들은 그래도 양심이라도 있어 덜 뻔뻔하다”고 썼다. “소위 미투 운동이 좌파 문화 권력의 추악함만 폭로되는 부메랑으로 갈 줄 저들이 알았겠나” 했다.

그런데, 세상은 홍 대표의 우려와 좀 다르게 돌아가고 있는 듯했다. ‘전쟁 가능성’이 완화되고 있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그렇다. 영국의 BBC 방송은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어, 한반도에서 핵전쟁 위험이 사라진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도 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었다.

그래도 홍 대표의 생각은 초지일관인 것처럼 보였다. “핵 폐기란 말은 단 한마디도 없다”, “북한은 궁지에 몰릴 때는 그런 식으로 ‘안보 쇼’를 다 했다”였다.

홍 대표는 “DJ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 후 서울로 돌아와서 이제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선언했고 그것으로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때부터 김정일은 핵전쟁을 준비했다. 대한민국 국민과 세계를 기망한 희대의 평화 사기극이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기는, 정반대의 ‘전쟁론’도 있었다. 홍 대표가 언급한 DJ,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장이 그랬다. ‘좌파’가 아닌 ‘우파’가 집권하면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김 전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2007년 11월 22일 ‘2007 창작인 포럼’이 주최한 행사에서 특강을 통해 “(보수 세력이 집권하면) 심지어 전쟁의 길로 갈 수 있다”고 했었다. “특유의 ‘칼도마’ 제스처를 하면서 여느 때보다 강한 어조로 강연을 했다”는 보도였다.

그렇지만, ‘보수 세력’인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김 전 대통령의 주장처럼 ‘전쟁의 길’로 가지 않았다. ‘천안함 폭침’도 ‘전쟁의 길’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어쩌면 ‘내부 붕괴’가 걱정스러워지고 있다. 좌와 우가 지금처럼 극단적으로 대립하다가는 밖이 아닌 안에서부터 무너질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이다.

이정선 기자  bellyki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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