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권, 공정한 채용 위해선 인식부터 바꿔야
[기자수첩] 은행권, 공정한 채용 위해선 인식부터 바꿔야
  • 유승열 기자
  • 승인 2018.03.0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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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유승열 기자] 은행권이 혼돈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그중 가장 '핫'한 것이 채용비리다.

우리은행에 대한 폭로로 시작된 은행권 채용비리 논란은 금감원 검사 결과 대부분의 은행에서 의심 사례가 적발되면서 금융권을 뒤흔들었다.

KEB하나은행은 2016년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6건을 저질렀다. 임원 면접 점수를 임의 조정하는가 하면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의 임원 면접 점수를 올려 합격시켰다. 국민은행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친인척이 부당하게 합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 회장의 자리까지 위협받고 있다.

은행권 채용비리는 청년층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청년 실업률은 높아만 지고 마땅한 일자리 하나 구하지 못하는 현실에 힘들어하고 있는데, 누구는 친인척의 능력과 인맥으로 모두가 부러워하는 '은행맨'이 되기 때문이다.

역시 '헬반도'에 태어난 '흙수저'는 땅에서만 기어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청년들이 좌절감을 맛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은행권 채용비리의 근절을 지시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은행들은 이에 대해 크게 반성하지 않는 모습이다.

많은 은행권 관계자들은 오히려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그동안의 채용 관습일 뿐이라는 것이다. 어느 산업이든 이같은 채용사례는 많은데, 왜 은행권에만 트집을 잡는 것이냐고 분노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은행이 기업들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자녀의 취업을 해줄 수 있다"며 "몇 억 원의 거래를 위해 몇 천만 원의 연봉은 싼 대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채용은 은행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라며 "그동안 아무 말 안 하고 관망하고 있다가 왜 이제서야 문제로 들고 쑤시는거냐"고 토로했다.

최근 은행들의 행보를 보면 기존의 잘못을 숨기기에 급급한 듯 보이기까지 하다.

채용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던 KB국민은행의 인사 담당 팀장은 6일 구속됐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부산은행이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2015년 당시 신입사원 인사·채용 자료 상당수가 인사부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이쯤되면 은행들이 채용비리가 잘못한 것을 인정하기는커녕 증거를 없애면서 부인하려 하는 것인지 의문까지 든다.

물론 이전에는 그것이 관습이었고 당연하게 이뤄지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금융권이 디지털 혁신에 따라 급변하고 있듯이 시대는 변한다. 그 당시 잘못인지 인지하지도 못하고 관습으로 했던 행동이 현재는 성폭력이 되고 성추행이 된다.

마찬가지다. 아는 사람의 자녀, 기업고객 오너의 자녀를 채용하는 등의 일은 이제는 타당한 것이 될 수 없다. 고객의 신뢰가 있어야만 성장 가능한 금융권의 회사가 채용비리로 인해 얼룩진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서는 이런 오래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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