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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30일차 - 운무에 갖힌 산자락, 시원한 여름
  • 강세훈
  • 승인 2018.02.0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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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지역 O Cebreiro

도착지역 Triacastela

준비물 기본배낭, 알베르게 정보 자료, 그리고 휴식

코스 및 고도 지도

거리(실측거리) / 시간 20.8 km (20.9 km) / 8 시간

주요지점 O Cebreiro ~ Triacastela

자치주 Galicia

 

 

 

더 이상의 오르막은 없다. 그저 피레네만 넘으면 될거라는 안이한 생각을 크게 바꿔준 곳이 여기이다. 게다가 프랑스루트의 마지막 지역인 Galicia에 다다랐다. 이제 남은 거리는 150여 킬로미터 남았다. 일주일 정도면 다다를 거리이다. 걸어도 끝이 없을것 같던 순레길이 이제는 마무리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걸어오면서 나는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원하는지 아직까지 답을 얻지 못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길여행을 떠났지만 이번처럼 힘들고 인내에 한계를 경험하였던 적이 없었다. 이 과정속에 나는 인내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물론 이때는 몰랐지만 되돌아와 친구들을 만나니 이러한 얘기를 많이 해주었었다.

 

역시나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힘들다. 더군다나 추운 날씨에 따스함없는 침대에서 잠을 자다보니 온몸이 뻐근하다.

오세브레이로 알베르게를 나서면 길이 두갈래로 나누어 진다. 알베르게 아래 도로를 따라 가는 길과 알베르게 뒤편 산길을 따라 가는 길이다. 어디를 가도 거리차이는 크게 없지만 안전하고 편하게 가려면 도로보다는 숲 오솔길을 따라가는게 편하다. 대부분에 순례자들도 이길을 따라 나선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에 좁은 길에 헤드랜턴 불빛만이 길을 밝혀주고 있다. 헤드랜턴대신 스마트폰 플래시를 이용해도 되지만 추운날에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비추면 가는것은 손도 시렵기도 하지만 손에 자유가 없어 행동에 제약이 따른다. 게다가 넓게 비추기보다 좁고 멀리까지 비출 수 있는 헤드랜턴이 어두운날 길을 찾아 나설때는 최고 도움이 된다. 천천히 길을 따라 내리막길을 걷는다. 더는 오르막이 없겠지라는 생각은 1시간도 안되어 깨졌다. san roque 언덕까지는 다시 오르막이 이어졌다. 너무 방심을 했는지 다시 만난 오르막길이 무척 고되고 힘들게 느껴졌다. 짧지만 오세브레이로를 올라올때보다 힘들다는 기분이다.

 

 

 

언덕에 올라 뒤돌아 보니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추위도 조금 누그러졌고, 도로 건너편에 모자를 눌러쓰고 걷는 순례자 동상이 눈에 들어왔다. 저 동상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저런 모습을 하며 걸어왔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동질감을 느끼는 동상이라니...

 Triacastela까지 가는 길은 좁은 오솔길과 시골마을길이다. 메세타 평원을 지날때 느꼈던 확트인 벌판에 너른 길이 아니라 오밀조밀 산을 둘러 마을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지역보다 훨씬 시골스러운 분위기속을 걷는다. 이런 모습이 갈리시아 구간의 특징이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건물도 여기서는 만날 수 있다. 오레오같은 헛간 건물, 옛 켈트인이 주거지로 사용하고 스페인에서 오래된 건물 양식인 빠요사를 볼 수 있는 것도 여기이다. 게다가 이른 아침 마을을 가로질러 갈때는 소몰이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만나다. 모두가 목가적인 시골 풍경이다. 이런 풍경을 대하는 일행들의 모습도 달랐다. 나와 테스님은 신기한듯 천천히 사진을 찍으며 가는 반면에 쪼리신은 앞서 걷기 바쁘다. 아마도 걷는 속도가 느리다고 계속 나아가려는 성향이 보였다. 바다바람님도 홀로 조용히 우리보다 조금 앞서서 걷고 있다. 가끔 뒤돌아 보면 우리를 기다린다.

 이른 아침부터 나온지라 Bar를 찾아 아침식사를 해결해야했다. 북쪽길 갔을때는 전날 슈퍼마켓에 들려 저녁과 아침식사 거리를 준비하여 배낭에 넣고 다녔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혼자 하기에도 일행들이 신경쓰이기 때문이다. 그저 물병에 물만 채우고 마리아비스켓만 비상용으로 들고 다닐 뿐이다. 엘 아세보에서 맛있게 먹었던 고기파이가 생각나 처음 보이는 Bar에서도 파이를 주문했다. 하지만 그 맛이 아니다. 딱딱하고 식어있어 먹기 불편했다. 내 이빨이 부러질것 같은 기분이다. 오래도록 씹고씹어 먹어야 했다. 배고프니 버릴 수도 없다. 적게 먹어도 덜 부담스러운 것은 오르막길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내리막길이라는 점이다. 중력에 이끌려 힘 안들이고 걷는 방향이다.

이른 아침에 시작하는 순례길은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명확했다. 이른 아침에 걸으면 많은 순례자들을 만난다. 그리고 알베르게를 여유롭게 선점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아침에만 볼 수 있는 일출, 소몰이, 안개나 운무가득한 풍경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사진을 찍는 나에게는 어두운 아침은 좋지가 않다. 의외로 놓치는 풍경이 꽤 된다. 게다가 오후에 도착해도 길에서 만나는 매직아워의 시간을 만날 수 없다. 사진이 단조로워 진다는 점이다. 그래도 푸른 하늘과 산 아래 운무 가득한 풍경을 만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오후가 되면 날아가 버릴 구름이기에...

 Triacastela까지는 꾸준한 내리막길이다. 작은 시골 마을을 계속 거쳐 간다. 그때마다 소떼를 이끌고 소몰이 나오는 풍경을 자주 마주한다. 사람보다 개 한 마리가 많은 소떼를 이끄는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다. 게다가 지나가는 순례자들에게 먹을 물이나 간식을 주는 할머니들도 간혹 보인다. 무엇을 바라는것은 아닐텐데 선의를 베푸는 시골분들의 인심이 너무나 고맙게 보였다. 하지만 나는 받아 먹지 못했다. 그저 멀뚱히 바라볼 뿐 이다. 그자리에 끼어들기 애매하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내리막길...

 

이어진 길은 보이지 않고 얇게 펼쳐진 운무만 가득했다. 해가 머리위에 있는데도 운무는 가라앉지 않고 산줄기를 따라 흐르고 흘러 슬금슬금 넘어가고 있다. 걸을때는 몰랐지만 잠시 멈춰서서 구름을 바라보면 흘러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그에따라 형태를 바꾼다. 거슬르는 것이 아니라 순응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순응하기보다 자기만에 생각으로 틀을 유지한다. 트리아카스텔라 가는 길은 신비롭고 걱정이 없는 신선세게에서 복잡하고 말이 많은 인간세계로 내려가는 느낌이다.

갈리시아 지방은 누가와서 보더라도 한국의 시골 또는 지방의 숲길을 걷는 것같은 느낌을 준다. 숲이 많고 오솔길과 비슷해 보이는 나무 들... 돌로 지어진 집만 보이지 않는다면 여기는 한국의 지방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갈리시아 지방의 코스를 좋아하는 지도 모른다. 익숙한 모습과 둘러보아도 시야가 재미있기 때문일 듯 싶다. 여기를 걸으면서 한국 사람들을 꽤 만난다. 인사하고 지나갈 뿐 더이상의 호기심을 갖지는 않는다. 자주 보게되면 어디까지 가는지 언제 왔는지 물어보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국인끼리는 잘 물어보지 않는다. 물론 친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전부가 그렇지는 않다. 나름에 한국인들끼리는 묻지 말라는 불문령이라고 할까...

큰 어려움을 모두 겪고나서 인지 마음이 편하다. 가는 길도 편하고 내일이면 사리아에 도착하니 끝이라는 생각에 아쉬움만 가득해 진다. 갈리시아 지방부터는 공립알베르게가 아닌 사립알베르게를 찾아 가기로 했다. 일행이 배낭 트렌스퍼 서비스를 계속 하고 있는데 갈리시아 지방의 공립알베르게는 이를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주변에 맡겨놓았다가 공립을 찾아가는 것도 불편하고 간혹 불평스런 말이 나오기에 그대로 따라주기로 했다.

오랜만에 사립알베르게에서 짐을 풀었다. 공립보다 조금 더 넓고 침대가 편할 뿐이다. 물론 샤워시설도 남녀구분되어 있으니 여성 입장에서는 좋을 것이다. 저녁은 슈퍼마켓에서 재료를 사와서 조리해 먹기로 했다. 의욕 넘치게 소시지와 감자를 사다 볶았다. 좋은 냄새가 부엌에 퍼질때 후라이팬을 옮기려할때 후라이팬 손잡이가 그냥 돌아가 버리더니 엎어져 버렸다.

 

"젠장.. 아깝네... 아! "

 

엄지 손가락 윗부분이 후라이팬에 살짝 데었다. 그러나 어느 일핼도 내손보다는 쏟아진 음식에만 관심을 둘 뿐이다. 내가 잘못했으니 뭐라 말하기도 모하고 치우고 다시 조리를 했다. 그리고 쓰라린 손을 부여잡고 찬물에 담그는 것만 할 뿐이다.

 

 

 

 

덧붙임...

 

 

순례길을 걸으면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한다. 그 중에 한 노부부를 만났다. 출발하기 전에 인사하고 도착할때 안부만 묻던 사이이다. 이 부부는 같이 걸으면서 서로를 항상 챙겨준다. 부인이 배낭이 삐뚫어지거나 문제 있으면 수시로 확인하고 다시 메어 준다. 그리고 길을 이어가고 밥을 먹을때도 서로 챙기며 즐거이 길을 걸어간다. 내가 여기올때 들었던 얘기중 하나가 부부가 가면 싸우다 돌아온다는 말을 들었다. 이부부 한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겠지만 결국 서로 얼마나 이해해주고 이해하고 챙기느냐가 중요하다. 나만 생각하고 내 걸음대로 간다면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없을 것이다. 다정하게 챙겨주고 고마우면서도 아무말 없이 받아주는 저 노부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날이다.

 

Albergue 정보

알베르게 이름 Albergue-Pensión Complexo Xacobeo

숙박비 (유로) 9 유로

침대형태 36 bed/1방

침대수 Domitory

담요제공여부 Yes - 1회용 시트 제공 없음

부엌/조리시설 Yes

화장실/샤워장 Yes /Yes (구분)

세탁기/건조기 Yes / Yes ( 유료)

아침식사 제공 No

인터넷 사용 WiFi 사용 불가

주변 편의시설 Supermercado(슈퍼마켓) Yes

Bar Yes

Restaurante Yes - 자체 레스토랑이 바로 옆 건물에 위치

박물관 등 No

 

기타 정보

1) 사립알베르게

2) Galicia지역부터는 공립알베르게에 트랜스퍼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고 함.

3) 침실 공간이 넓고 깨끗하여 담요 사용이 가능

4) 주변에 식당 및 Bar, 순례자메뉴 판매하는 식당이 있음

5) 공립알베르게는 마을 초입에 위치하고 있으며 왼쪽 길가에서 떨어져 있다.

 

 

강세훈  mart2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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