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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술의 발전, 사라지는 인간
  • 여용준 기자
  • 승인 2018.01.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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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여용준 기자] 픽사 애니메이션 ‘월-E’는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인간들이 환경오염으로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우주를 유영하며 생활하는 가운데 지구에 홀로 버려진 쓰레기 청소 로봇 월-E의 모험을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꽤 흥미로운 미래 생활상이 등장한다. 지구를 떠난 인간들은 우주선에서 모든 것이 구비된 가운데 생활하고 있다. 걸어 다닐 필요도 없고 양육을 할 필요도 없다.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을 일도 없고 스스로 씻을 일도 없다. 모든 것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다 도와준다(물론 이 이야기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유의지마저 통제한 상황을 보여준다).

지나치게 편리해서 우려스러운 이 미래세상의 핵심은 로봇과 인공지능(AI)이다. 어떤 SF영화나 소설에서는 AI가 감정을 갖게 되면서 생기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상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그토록 고도의 지능화가 진행되지 않았더라도 AI는 충분히 걱정스런 모습을 보여준다.

AI와 로봇이 발달하면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는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이통사들은 고객상담을 도와줄 AI 챗봇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있다. 이는 진상고객으로 인한 상담원들의 감정노동을 줄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담원들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되기도 한다.

인천공항에서는 LG전자에서 개발한 청소로봇이 공항 청소를 대체한다. 청소노동자들 역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경비·보안분야에서는 이미 시설보안 솔루션이 사람을 대체하기 시작했으며 AI를 기반으로 한 시설보안 솔루션이 적용될 경우 사람이 할 일은 더욱 줄어들기 마련이다.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과 ICT로 열어가는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는 정부의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AI를 포함해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에 대한 육성 및 발전계획이 담겨져 있다.

당장 AI 분야에 있어도 미국, 중국이 앞다투어 경쟁하는 만큼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이 가운데 기술의 발전에 있어서 ‘인간’이 얼마나 고려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ICT 기술에 인문학적 감성을 더해 아이폰의 혁신을 이뤄냈다. 오늘날 아이폰이 거대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 데는 인문학적 고민이 없이 경쟁사들과의 혁신경쟁에만 몰두하다 벌어진 참사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기술은 편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심에 의해 발전된다. 하지만 그 가운데 인간은 오래된 것(아날로그)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세계가 급변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고민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당 26명이 자살하는, OECD 자살률 1위 국가다. ‘자살 안 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할 자신이 없다면 이 속도경쟁의 사회에서 사람을 좀 더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용준 기자  dd0930@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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