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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모르는게 약이 될 수 있다
  • 정종진 기자
  • 승인 2018.01.0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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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를 통해 보험을 가입하며 한번쯤은 '설계사에게는 수당이 얼마나 떨어질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는 보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판매직원을 통해 자동차, 휴대폰 등을 구매할 경우에도 드는 생각일 것이다. 오죽하면 자동차 딜러를 통해 차량을 구매할 때 "말만 잘하면 딜러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를 깎아 차를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딜러가 차량을 판매하고 얼마나 받는지 소비자는 도통 알 수가 없다.
 
보험대리점협회가 진행중인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서명 캠페인'에 수많은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들이 서명 댓글을 남기고 있다. 현재 국회에 올라가 있는 금융소비자 보호법안의 내용 중 '보험상품의 판매수수료 공개' 부분이 제외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GA업계는 판매수수료가 공개되면 설계사의 영업력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을 펴며 해당 조문 제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에서는 회사·상품별 차이는 있지만 보험을 판매할 경우 대략 초회보험료의 900%가 선지급 또는 분급으로 설계사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신보험의 경우 1000%가 넘는 수수료가 지급되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상품을 기준으로 했을 때 초회보험료 100만원 상당의 보험상품을 판매하면 설계사는 900만원을 받는 셈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과한 수수료가 주어진다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 유지되는 보험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보험상품 판매수수료는 장기금융상품 특성과 판매절차의 복잡성, 판매채널인 설계사 조직의 특수성(개인사업자) 등이 반영돼 있는 만큼 다른 분야의 영업직과의 차별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에게도 많은 정보를 공개해 소비자와 판매자간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점은 동의한다. 금융당국 역시 보험상품의 수수료를 공개하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수수료를 근거로 설계사가 많은 수당을 받을 수 있는 보험상품을 권유하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공개시 나타날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판매수수료를 공개하는 것은 회사의 기밀을 공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GA 마다 수수료 규모로 순위가 정해지게 되면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철새설계사'들이 양산될 수 있다.

리베이트 등을 요구하는 소비자도 생길 수 있다. 이같은 판매행태가 정착되면 현장에서 불법영업이 판을 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고객을 위해 좋은 상품은 권유하는 설계사 입장에서도 영업의 지장을 줄 것이라는 점은 불보듯 뻔하다.

특히 설계사 입장에서는 '악법'이 될 수 있다. 판매수수료는 설계사가 보험상품을 팔고 받는 임금이나 마찬가지다. 사실상 수입을 공개하는 셈이다. 이는 사업자로서의 권리는 물론 인권을 침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따져보면 '소비자 알권리'를 충족해 주는 것과 판매수수료 공개에 따른 부작용을 두고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소비자는 물론 보험산업과 생존권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설계사 조직들을 생각한다면 '모르는 게 약'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종진 기자  whdwlsv@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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