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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18년에는 '저녁이 있는 삶' 찾을까?유통·IT·게임 등 산업계 전반 근로환경 개선 추진…'일·가정 양립' 적극 지원
국회 환노위 법안 처리 난항…中企, 구인난 시달려 "당장 어렵다" 호소
  • 여용준 기자
  • 승인 2018.01.0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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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32)는 퇴근 후 가까운 극장에 들러 영화를 보는 것이 취미다. 평소 영화 커뮤니티나 홍보사에서 개최하는 시사회를 통해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저렴하게 취미생활을 즐기는 편이다. 특히 최신영화를 개봉 전에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괜찮은 경험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던 12월의 어느 날, A씨는 기대하던 영화의 시사회에 참석할 계획이었다. 퇴근시간을 기다리던 A씨는 퇴근 직전 부장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는다. 1시간 이상 소요될 일, A씨는 어쩌면 미리 예정된 시사회에 가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3일 업계에 따르면 직장인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주기 위한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18년 무술년에는 많은 직장인들이 일과 가정을 함께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일부터 국내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작했다. 또 자정까지 영업하던 이마트는 1시간 앞당겨 오후 11시에 폐점한다. 사무직 등 일반 직원들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할 수 있게 됐다.

이마트는 오후 5시 정시퇴근을 위해 오후 5시 30분에 PC를 강제 종료하는 ‘PC 셧다운제’를 실시한다. 사전에 담당 임원 결재 없이는 PC가 재부팅되지 않아 무분별한 야근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또 야근이 잦은 부서를 공개하고 해당 임원·부서장에게는 페널티를 부여할 계획이다.

회의와 관련해서는 1일 전 사전 공지, 1시간 내 종료, 1일 내 회의 결과 공유를 원칙으로 하는 ‘111’ 제도를 도입했다. 보고는 10분 이내 구두·메모 보고를 중심으로 하며 보고서도 1페이지 이내 작성을 원칙으로 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오후 5시 20분에 PC를 강제종료하고 오후 5시 30분에는 사무실 전체 불을 끈다. 지속적인 연장 근무가 발생하는 부서에는 강력한 페널티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구두·메모·유선 보고를 활성화하고 보고서도 내용 전체가 아닌 키워드 중심으로 작성하도록 보고 문화를 개선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근로시간 단축 태스크포스(TF)를 상시 운영해 정시퇴근 문화가 정착될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는 업무 방식을 새롭게 혁신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며 “업무 시간 안에 주어진 업무를 모두 마치고 퇴근 이후의 ‘휴식 있는 삶’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권영수 부회장의 취임 후 ‘즐거운직장팀’을 신설해 직장문화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출퇴근시간이 자유로운 ‘시차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매주 둘째, 넷째주 수요일엔 집중 근무를 통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스마트워킹데이’도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부터 월·수·금요일에는 저녁 회식을 없애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임직원들이 매주 월요일은 한 주의 업무를 효과적으로 계획하고 수요일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고 금요일은 주간의 피로를 풀 수 있도록 회식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또 보고서 역시 한 페이지로 제한해 업무 효율을 높이기로 했다. 그간 주로 사용된 줄임 말과 명사형 문장은 지양하고 핵심내용만 명확히 해 ‘서술 형태’로 작성한다.

LG유플러스는 양식과 절차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누구나 설명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보다 간단한 보고는 문자나 SNS를 활용해 신속성을 높이기로 했다.

지난 2일 오후 5시를 넘어서며 서울 성동구 신세계 이마트 본사에서 직원들이 퇴근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난 1일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작했다. 이마트는 자정까지 영업하던 점포의 폐점시간을 오후 11시까지로 단축했고 사무직 등 일반 직원들은 2일부터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9-to-5제'가 적용됐다. <사진=연합>

가혹한 노동환경으로 악명높은 게임업계에서도 올해부터 개선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부터 유연 근무제를 전사에 시범운영한다. 이에 따라 우선 1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되 출퇴근 시간은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는 유연 출퇴근제(선택적 근로 시간제)를 먼저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현재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지만 유연 출퇴근제가 도입되면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30분 단위로 개인이 출근 시간을 선택해 하루 9시간(점심시간 포함)을 근무하면 된다.

또 게임업계 최초로 ‘탄력적 근로 시간제’ 도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탄력적 근로 시간제는 한 주의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다른 주의 근로시간을 줄여 법정 근로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엔씨소프트는 업계 특성상 신규게임 출시나 CBT(비공개 시범 테스트), OBT(공개 시범 테스트) 등을 앞두고 집중 근무가 불가피한 경우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앞서 넥슨은 이미 유연 출퇴근제를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엔씨소프트가 탄력적 근로 시간제를 검토하면서 과로와 야근 등으로 논란이 된 게임업계 근로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재작년 직원의 돌연사, 과로사 등으로 논란이 된 넷마블은 지난해 2월부터 야근과 휴일 근무, 퇴근 후 메신저 업무지시 등을 금지하며 근로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롯데마트, 에넥스 등 대기업들의 근로 환경 개선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산업계 전반에 칼퇴근 보장을 위한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대기업들의 근무환경 개선 움직임이 중소기업까지 이어지는데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극심한 구인난을 겪고 있어 당장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근로시간 단축으로 늘어나는 임금 역시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기 관계자들은 “전체 근로자의 40%가 몸담고 있으며 구인난을 겪는 30인 미만 중소기업에 한해 노사합의 시 추가로 주당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달 근로시간 단축안 여야 합의에 실패하면서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간사단은 지난해 11월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되 기업 규모별로 시기를 유예하고 휴일 근무는 현행대로 50%만 할증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강병원·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일부 의원들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노동계에서 연장수당을 뺀 합의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통과가 무산됐다. 이후 재계와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시기와 휴일근로 할증률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용준 기자  dd0930@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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