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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섭 경제칼럼] 어떤 집을 살 것인가
  • 정종진 기자
  • 승인 2017.11.1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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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섭 한국재무설계센터 재무이사/PB

집은 주거 수단이기도 하지만 평생 모은 재산의 대부분이 들어가는 투자 대상이기도 합니다. 처음으로 '내 집 마련'을 하는 사람부터 집을 넓혀가려는 사람, 헤징 개념으로 투자하려는 사람까지 "어떤 집을 살까?"는 우리 모두의 고민일 것입니다.

◆어떤 집을 사야할까
집을 고를 때 본인만의 독특한 취향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집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초현실적인 미술을 선호하는 사람이 집의 인테리어를 섬찟한 분위기로 꾸며 놓았다고 가정해 보죠.

아마도 이 집을 사러 오는 사람들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계약은 성사되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의 예술에 대한 몰이해만 탓해 봤자 자신만 손해입니다. 아마도 이 집의 가치는 100년에 한번 날까 말까하는 예술적 천재만이 알아볼 테니까요.

그러므로 우리는 보편타당한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은 집을 사는 것이 좋습니다. 이같은 집은 수요가 많기 때문에 가격 상승기에는 오르고 가격조정기에도 바람을 타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것은 극히 원론적이라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투자성 높은 집을 사세요"라고 하는 조언은 말 자체로는 틀린 점이 없지만 "오를 주식을 사세요"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모호하고 도움이 안되는 조언입니다.

◆교통·교육·환경 살펴봐야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을 갖춘 집을 사야할까요. 우리가 집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변수는 많습니다. 그러나 세 개만 고르라고 한다면 교통, 교육, 환경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의 중심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집과 직장과의 교통은 내 집 마련에 있어서 중요한 고려사항입니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시간을 쪼개 써야 할 필요가 늘고 있는 만큼 단순한 물리적 거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집의 문 앞에서 직장의 문 앞까지 걸리는 실제 시간이 중요한 것이죠.

더구나 도로망의 확충 속도보다 자동차 보급율의 증가 속도가 빠른 지금의 현실에 있어서 교통의 중요성은 여러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우리가 역세권이라 부르는 전철역과의 접근성이 편리한 지역이 계속 각광을 받는 이유입니다.

교육도 전통적으로 주택가격을 차별화시키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자녀가 취학연령이 아니더라도 학군 등을 고려해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동양인은 유전적이라고 할 만큼 교육에 대한 열정이 높습니다. 문제는 교통도 편하고 교육 환경도 좋은 곳은 이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있다는데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에 주목할 때
그러므로 우리는 세 번째 조건인 '환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소득이 점점 올라감에 따라 수요자의 관심의 폭이 조금씩 달라져 온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들 때는 직장과의 출·퇴근 등 교통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으며 일단 호구지책이 서게 되면 자녀에 대한 교육을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다음 단계가 환경에 대한 관심입니다. 자연친화적 아파트라고 부르던, 요즘 용어로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Well Being)이라고 포장되던 그것은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한마디로 먹고 살만하니까 주위 환경을 살펴보게 되는 것입니다. 즉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돌파해 2만달러로 접근함에 따라 환경이라는 요소가 새로운 테마로 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환경이라는 테마는 과거에도 있어왔고 지금도 조망권 등 그 프리미엄이 인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통이나 교육이라는 테마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보입니다.

점차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주 5일 근무의 확산에 따라 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 환경이 좋은 곳에서 살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납니다. 이에 따라 환경이라는 테마가 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환경이라는 테마가 뜬다고 하면 고즈넉한 산골의 주택이 앞으로는 각광을 받을까요?

언젠가는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금은 아닙니다. 과거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돌파하는 시점에도 이러한 테마가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너도, 나도 전원주택에 투자를 했으나 (투자의 측면에서 보면)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수십년간 도시화에 길들여진 우리로서는 갑작스러운 전원생활이 오히려 거북스러웠던 것입니다. 낮에 본 전원주택의 환상적인 모습과 밤의 적막감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었습니다.

문 밖에만 나가면 모든 것이 해결됐던 도시생활에서 해만 떨어지면 나가기가 겁나는 생활이 되니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건을 하나 사고 싶어도 멀리 읍내까지 가야하고 가족 중 누가 갑자기 아프기라도 한다면 난감했을 것입니다.

이런 과거 전원주택의 문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커뮤니티의 부재입니다. 환경이라는 테마에만 집착을 했지 커뮤니티라는 본질을 무시했기 때문에 생겨난 착오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몇 년간 전원주택의 대안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논밭위의 나홀로 아파트'입니다.

전원주택의 단점인 커뮤니티 부재를 보완해주며 가장 인기 있는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라는 점에서 등장했으나 약간은 어색한 감이 있습니다. 오히려 저층 아파트, 타운홈 형태의 주거단지, 단독 주택 단지 등 용적율과 건폐율이 낮은 주거 형태가 자연과는 오히려 어울릴 것입니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과거의 별장 형태의 전원주택에서 벗어나 하나의 대규모 단지를 구성하는 형태가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역 사회' 또는 '공동체'라고 부를 수 있는 커뮤니티의 규모는 어느 정도야 할까요? 10가구 정도도 커뮤니티라 부를 수 있을까요?

어느 조사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상승율이 가장 높았던 아파트 단지의 규모는 500가구에서 1000가구 사이였다고 합니다. 500가구 미만의 아파트 단지는 그 상승율이 적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커뮤니티의 규모는 대략 500가구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최소한 500가구 이상이 돼야 채산성이 확보되고 상가 등 편의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 유추해 볼 때 향후에는 500가구 이상의 대규모 전원주택 단지 등이 새로운 주거 형태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아파트를 분양하듯이 몇 개의 표준모델을 정해 놓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주택을 지어주는 형태의 분양업도 활성화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당분간은 아파트죠. 현재 형태의 아파트의 인기는 약 2025년까지는 지속되리라 예상합니다. 그러므로 투자의 측면에서 보면 환경이라는 테마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 아파트를 찾는 것이 유리할 듯싶습니다.

집 주변에 공원 등 녹지가 풍부하거나 아니면 조망권이 아주 좋거나 이런 아파트에 대한 프리미엄이 가면 갈수록 부각될 것입니다.

정종진 기자  whdwlsv@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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