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독성 없는’ 안전한 생리대 어디 없나요?
[기자수첩] ‘독성 없는’ 안전한 생리대 어디 없나요?
  • 이경화 기자
  • 승인 2017.09.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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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이경화 기자] 독성 생리대 논란에서 여성들이 알고 싶은 건 “도대체 어떤 생리대가 안전한 것이냐”다. 그러나 생리대 위해성 문제를 제기한 여성환경연대나 이 혼란을 정리해야 할 식품의약품안전처 모두 책임 떠넘기기에 여념이 없고 자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발단은 여성환경연대가 김만구 강원대 교수 연구팀에 의뢰한 검사에서 생리대 11종 모두 유해물질이 검출됐지만 릴리안의 명단만 공개된 것에서 비롯됐다. 급기야 이후 여성환경연대는 공식적으로 릴리안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도 모았다. 시험 결과를 모르는 소비자들은 릴리안만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인했다. 이에 실험비 출처와 경쟁사인 유한킴벌리와의 유착 의혹 등 석연치 않은 대목들이 이어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릴리안을 유해 생리대로 지목한 김만구 교수는 공개된 배경에 대해 한 언론사 기자의 유도 질문 탓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환경연대가 취한 태도는 대단히 실망스럽고 무책임했다. 릴리안 생리대 판매 중지·전량 수거를 요구하더니 시험 대상에 유한킴벌리 제품도 있을 텐데 결과를 모두 공개하라는 여론이 빗발치자 공개 권한을 식약처에 떠넘겼다. 되레 의혹만 키운 꼴이다.

가장 근본적인 책임은 뒷북, 부실 대응을 한 식약처에 있다. 위해성 생리대 논란은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3월 유해 생리대 문제를 제기했지만 보건 당국이 이를 귀담아듣지 않아 사태가 커진 측면이 있다. 식약처는 “생리대의 휘발성유기화합물을 관리하는 나라는 없고 시험법 역시 표준화되지 않았다”며 “생리대 시험법을 개발 중이니 기다려달라”고만 했을 뿐 사실상 방관했다.

5개월이 지나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본격화했지만 식약처의 대응은 또 한 번의 큰 실망감을 줬다.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가 과학적 신빙성이 낮다고 봤으면서도 제품명을 밝히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에서 식약처가 책임을 회피하고 사태를 축소하겠다는 행태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그 사이 여성들의 혼란만 가중됐을 뿐이다. 식약처가 이달 말 발표한다는 조사 내용 또한 휘발성유기화합물에 국한돼 있다.

“독성물질로부터 안전한 생리대”라는 결과가 아니고서야 어쩔 수 없이 생리대를 사용해야 하는 여성 소비자는 모두 피해자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오늘’ 전문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관리를 하겠다는 정부의 새로운 다짐이 필요하다. 여성환경연대 또한 식약처에만 책임을 넘길 것이 아니라 이번 사태에 관한 의혹과 논란에 대해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놔야 한다. 사태의 핵심을 살핀, 실질적인 대책이 조속히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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