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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형병원 문전약국 호객 경쟁 ‘점입가경’명함 배포가 호객행위?…당국, 명확한 기준 없이 중구난방식 대처
  • 정은하 기자
  • 승인 2017.08.1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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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대학교병원 후문의 O약국. 약국 입구에서 직원 한 명이 지나가는 환자에게 약국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며 환자를 유인하고 있다. 약국 안에서는 방문한 환자에게 음료와 비타민을 직접 손에 쥐어주기까지 한다. 처방된 약이 나오는 동안 약국 내 스피커에서는 연일 종로3가역으로 가는 차편이 출발한다는 방송이 나온다. 환자들은 약국에서 준비한 셔틀버스를 타고 떠난다.

#같은날 신촌세브란스 병원 앞 줄줄이 서있는 승합차. 승합차를 타면 신촌세브란스 맞은편의 D약국에 도착한다. 약국 앞에 내리니 홍보를 위한 부채를 나눠준다. 약국 한쪽에는 각종 음료부터 아이스크림까지 준비돼 있다. 이곳을 방문한 환자들은 각자의 취향에 맞는 무료 음료를 골라 마시고 약국에서 마련한 발마사지기를 이용하며 TV를 본다. 약국은 병원에서 약국까지의 무료 차편만 마련한 것이 아니라 약국에서 신촌역으로 오갈 수 있는 승합차도 마련해놓았다. 환자들은 조제된 약이 나오면 차시간에 맞춰 신촌역으로 향한다.

현행 약사법과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대형병원 문전약국에서 환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호객행위를 하거나 차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위법행위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대형병원 근처 문전약국에서는 불법 호객행위가 버젓이 행해지고 있었다. <사진=토요경제>

현행 약사법과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대형병원 문전약국에서 환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호객행위를 하거나 차량 서비스를 제공해 환자를 유인하는 것은 위법이다. 정부의 집중적인 단속과 지나친 호객행위로 인해 약국 전반적인 이미지가 실추되자 불법 호객행위도 잠잠해지고 민원 건수도 줄었다. 하지만 <토요경제> 기자의  취재결과 불법 호객행위가 겉으로는 줄었을지 몰라도 점점 노골적이고 교묘한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정부는 의약분업 이후 문전약국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편법을 통해 환자를 유치하자 이를 근절하기 위해 관련법을 꾸준히 개정해온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개정된 현행법에도 불구하고 문전약국들은 여전히 지나가는 환자들을 상대로 판촉물을 돌리거나 환자를 잡아서 이끄는 방식으로 불법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서대문구 보건소 의약팀 관계자는 “약사법상 약국 앞에서 인사를 하거나 약국에서 판매하지 않는 요구르트와 같은 음료를 제공하는 것은 위법사항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면서 “다만 판촉물의 배포, 진로 방해를 통한 약국으로의 유도, 약국 시판용 드링크의 제공, 셔틀버스 제공은 위법행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촌세브란스 근처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높은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약국들의 경쟁이 과열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변칙적인 수단을 활용해 환자를 유치하는 약국이 여전히 많다. 그렇게 해서라도 처방건수를 늘리고 주변 약국에서 환자를 뺏을 수밖에 없다"면서 "설령 단속에 걸린다고 해도 약간의 벌금만 내면 되기 때문에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아 각종 편법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형병원 문전약국의 불법 호객행위에 대한 법원의 판결과 당국의 대처는 중구난방 식이었다. 기본적으로 약국의 호객행위는 약사법과 운수사업법상 위법행위로 취급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법원의 판례는 사례별로 달랐다.

지난 2014년 보라매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처방전을 갖고 나오는 환자에게 손짓으로 자신의 약국을 가리키면서 명함을 뿌리도록 한 혐의로 적발된 B씨는 1심에서 과징금 171만원을 부과 받았다.

하지만 고등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당시 고등법원은 "약국 광고는 그 성질상 기본적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성격을 갖는데 이를 시행규칙에서 금지하면 약국 개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의약품 소비자의 알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고 약국 간 경쟁을 통한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우려도 적지 않다“고 이유를 들었다.

종로구 보건소 의약팀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단속을 실시하고 있지만 매번 재판부의 판례가 다른데다 단속할 때 약국안내인지 호객행위인지 판단하기가 애매모호한 측면이 있어 난감하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명확한 단속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처벌 또한 비교적 가벼운 벌금형에 그친다면 보건소 차원의 단속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정은하 기자  eunha@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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