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리더의 자격
[기자수첩] 리더의 자격
  • 여용준 기자
  • 승인 2017.08.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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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여용준 기자] 많은 언론에서 ‘세기의 재판’이라며 대서특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은 여러 이야기꺼리를 남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댓가를 바라고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이 부회장에 대해 특검은 지난 7일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또 함께 재판정에 선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는 징역 10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7년이 구형됐다.

선고에 앞서 이뤄진 피고인 진술에서 이들의 전략은 꽤 일관됐다. 이 부회장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일관했고 최지성 부회장과 그 외 임원들은 “내가 저지른 일”이라고 답했다. 마치 주군을 구하기 위해 목을 내놓는 신하들을 보는 듯 하다.

앞서 1년전 스스로 생을 마감한 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역시 유서에서 “롯데그룹에 비자금은 없다”,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 등의 내용을 남겼다. 역시 주군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내놓는 신하를 보는 듯 하다.

합리적이고 실리적인 기업문화가 대세인 지금 사회에서 조선시대 충신들 같은 마인드는 다소 어색하고 쉽게 적응되지 않는다. 젊은 직장인들에게는 일할 때와 아닐 때의 구분이 명확한 게 대접을 받는다.

그러니깐 이제 ‘신하’는 신하다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개인 대 개인으로써 고용주와 동등한 위치에 서는 것이 합리적이고 발전적인 노사문화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군’도 주군답지 않아도 될까? 아직 그럴만한 세상은 아닌 모양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은 영화감독의 고충을 털어놓으며 “영화는 잘되도 감독 책임, 잘 안되도 감독 책임”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개봉해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킨 영화 ‘군함도’는 류승완 감독이 직접 언론에 나서 사태 진화에 나섰다. 심지어 자신과 무관한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대해서도 말이다.

리더는 일에 대한 책임 외에 구성원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는 사람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정준하나 정형돈 등 구성원들이 구설수에 올랐을 때도 끝까지 구성원들이 편을 들고 책임질 일에는 직접 책임을 지며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비록 자신은 잘못이 없더라도 구성원들의 잘못에는 책임을 지는 것이다.

리더의 길은 외롭고 무거운 것이다. 모두를 이끄는 자리에서 자기 멋대로 칼을 휘두른다면 그것은 폭군, 독재자 혹은 무능한 선장이나 다름이 없다. 리더는 구성원들이 합리적인 사고로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방향과 맞지 않다고 쉽게 사람을 버리는 것은 언제라도 모두를 버리고 도망갈 수 있는 선장이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구성원들의 모든 오점과 실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리더가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존경과 명예를 얻는 것은 가장 많은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기업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과연 한국에서는 얼마나 많은 경영자들이 ‘리더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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