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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빚 탕감·정규직 전환···'새 정부 코드 맞추기'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올스톱'…중소·벤처기업 금융지원 확대
  • 이명진 기자
  • 승인 2017.06.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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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이명진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 시중은행들이 새 정부 코드 맞추기에 한창이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한 공약에 맞춰 부실채권을 소각해주고, 창업기업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강력하게 추진하던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은 사실상 멈췄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관심을 쏟고 있다.

▲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소멸 시효완성 채권 소각행사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은행들, 시효 지난 채권 소각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을 통해 '국민행복기금이 보유 중인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된 소액·장기 연체 채권을 소각하겠다고 약속했다. 은행들은 이를 기준으로 앞다퉈 소멸시효(5년)가 지난 연체 채권들을 소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약 10만명을 대상으로 소멸시효 완성 채권 9800억원 어치를 소각했으며, 신한은행도 약 2만명, 4400억원 어치 채권의 기록을 지웠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6일 기초생활 수급자와 고령자 등 사회 취약계층 약 2만명 소멸시효 완성 채권 약 2000억원어치를 소각했으며, KEB 하나은행은 분기별로 특수채권을 집계해 소각하고 있다. 농협은행도 시효가 지난 채권을 소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 외에도 일부 저축은행들도 이미 소각했거나 소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법에 따르면 빚을 갚지 못한 지 5년이 지난 채권은 채권자가 소송을 통해 기한 연장을 하지 않는 한 시효가 끝난다. 빚을 갚을 의무가 사라지는 것이다.
다만 전산상에는 연체 기록이 남아 금융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도 은행에서 해당 채권을 소각해 주면 채무자들은 추심을 당할 염려가 없어지고 연체 기록도 사라져 금융 거래도 재개할 수 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요 은행들의 소멸시효 완성 채권은 약 5조원으로 대상자만 약 20만명이다.
은행들은 이미 회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회계상 손실 처리해 놓은 상태다. 때문에 이런 빚은 빨리 정리해 줘 채무자가 정상 금융생활을 다시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낫다는 것이 새 정부 생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렇게 무조건 소각해 주면 열심히 빚을 갚은 사람들과 형평성에서 어긋나게 되고, 사회 전반에 빚을 갚지 않는 모럴 해저드가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럴 해저드를 막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조용히 해야 하는데 은행들이 새 정부에 잘 보이려는지 너무 시끄럽게 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비정규직→정규직' 전환과 창업기업 지원 강화
지난해까지만 해도 성과연봉제 확대를 소리높여 외치던 은행들이 이번에는 정규직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노사 합의 없는 성과연봉제 확대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강조하는 현 정부와 코드 맞추기로 풀이된다. 정규직 전환은 은행권에서는 이미 수년 전에 대체로 마무리된 상태여서 일부 미진한 업체들이 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무기계약직(준 정규직)인 창구 담당 직원 3천여명 정규직화를 하고 있다. 노사 간 태스크포스를 꾸린 기업은행은 현재 구체적인 전환 방식을 놓고 내부 의견을 수렴 중이다. 씨티은행은 무기계약직인 창구 전담직원과 일반사무 전담직원 약 30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지난달 중순 발표했다. 이들은 대졸 학력 신입 정규직 사원과 동일한 직급인 5급으로 전환된다. 씨티은행은 그간 매년 채용하는 정규직 사원의 20%에 해당하는 인원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나 이번에는 일괄 전환하기로 했다.
농협은행도 범 농협 차원에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정규직 전환을 단계적으로 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소·벤처기업 자금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은 국민은행과 최근 총 7천300억원 규모의 '4차 산업혁명 및 일자리 창출 활성화를 위한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기보와 국민은행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신성장산업 영위 기업과 일자리 창출 기업에 특별출연 협약보증, 보증료지원 협약보증 등의 방법으로 총 7천300억원 규모의 우대보증을 지원한다. 우리은행은 신용보증기금과 유망창업기업 투·융자 복합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신보가 추천한 유망 창업기업에 투자 및 융자 등 금융서비스와 재무·세무 컨설팅지원 등의 비금융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또 기업은행은 창업→중소기업→중견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구축하고자 창업기업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3년간 창업 후 7년 이내 창업기업에 직·간접 투자를 534억원 했는데 앞으로 3년간은 투자 규모를 1천억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KEB하나은행은 2014년부터 기술 금융대출 상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올해 4월까지 중소기업이나 벤처 등에 약 11조7천억원을 대출했다. 새 정부가 은행권 벤처기업 지원강화를 주문하고 있어 기술금융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밖에 중소기업청, 벤처투자협회, 창업진흥원 등과 제휴해 벤처를 지원하는 방안이나 기업컨설팅, 외국환컨설팅 등의 자금지원 이외 협력도 검토 중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이전부터 해오던 작업인데 공약에 들어 있어서 코드맞추기로 보는 것 같다"며 "속도가 다소 빨라지거나 범위가 확대될 수는 있어도 정부 눈치 보기식 대응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명진 기자  lovemj11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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