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바라기
[기자수첩] 해바라기
  • 여용준 기자
  • 승인 2017.01.09 1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김래원이 주연한 영화 ‘해바라기’는 영화적으로 썩 잘 만든 작품은 아니다. 누구 말대로 그냥 ‘흔한 조폭영화’의 전형을 갖춘 작품이다. 물론 나름 특징이라면 비정한 조직의 세계보다는 따뜻한 가족애에 좀 더 비중을 둔 영화다.

‘해바라기’는 그 완성도와 별개로 온라인에서 대단히 많이 회자되는 영화다. 바로 마지막 장면의 명대사 때문이다.

주인공 오태식(김래원)이 악당 두목을 향해 울부짖으며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고 절규하는 장면은 개그맨들이 방송에서 따라할 정도로 많은 패러디를 낳았다.

아마 요즘 많은 서민들이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하고 싶은 말일지도 모르겠다. 소주, 맥주, 담배, 치킨, 계란, 라면 등 서민 먹거리와 기호품들의 가격이 모조리 오르며 최소한의 낙(樂)마저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기습적으로 물가가 오르거나 AI의 진압에 실패하면서 계란후라이 하나 구워먹기도 힘든 처지에 놓였다. 그 흔한 위안꺼리인 ‘치맥’조차 부들부들 떨어가며 질러야 할 지경이다.

일단 우리는 생각에 잠길 것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왜 우리는 이토록 많은 것을 빼앗겨야 했을까? 하지만 이 생각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결론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오태식은 조용하게 살고자 했던 자신의 삶이 무너지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는 대신 충분히 참는다. 최악만은 피하고 싶다는 태도 때문이다.

하지만 그 태도 때문에 덕자(김해숙)는 죽었고 덕자의 딸 희주(허이재)는 크게 다친다. 그리고 이들의 꿈이 담긴 식당은 재개발의 야욕 앞에 산산히 무너진다.

태식은 충분히 고민을 마쳤다. 자신의 인내가 참사를 불렀고,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저항’을 하기 시작한다.

우리 역시 이미 많은 것을 빼앗겼고 많이 참았다. 그래서 이제 정말 늦었을지도 모르겠다.

저항은 그리 정의롭지 않아도 좋다. 태식 역시 ‘정의의 사도’라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과 ‘늦었지만 해야 할 일’을 하는 것과 같다.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목소리를 내야 할 이유를 가진다.

소소한 즐거움부터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까지, 지켜야 할 것들은 여러 가지이며 그 경중(輕重)도 다르다. 하지만 온전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이다. 그래서 치열한 저항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 치맥을 즐기고, 계란 띄운 라면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저녁을 위해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