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뫼, 마산 그리고 세종로
[기자수첩] 말뫼, 마산 그리고 세종로
  • 여용준 기자
  • 승인 2016.12.20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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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지난 19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위치한 성동산업 마산조선소에서는 700t급 타워크레인이 해제되는 일이 있었다.

극심한 수주 절벽으로 조선소가 문을 닫게 되면서 이 대형 크레인이 헐값에 외국으로 매각되게 됐기 때문이다.

이 일은 ‘조선강국’으로 불리던 대한민국의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일이다.

지난 2002년에는 스웨덴 말뫼의 세계적인 조선업체인 코쿰스가 문을 닫으며 1500t급 초대형 크레인이 단돈 1달러에 현대중공업에 팔렸다.

크레인이 해체돼 운송선에 실릴 당시 말뫼의 주민들은 매우 아쉬워했고 이는 훗날 ‘말뫼의 눈물’이라고 불렸다.

말뫼의 눈물을 딛고 일어난 한국의 조선업계가 기어이 눈물을 흘리게 된 셈이다.

전교 1등이나 랭킹 1위, 금메달, 서열 1위, 우승, 1인자 등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그 자리는 영원할 것만 같다.

보통 이 경우에 ‘최고의 자리’는 ‘도전자’에 의해 내려놓게 된다. 하지만 한국의 조선업은 누구의 도전도 받지 않았다. 그저 시대가 바뀌면서 무너졌을 뿐이다.

대통령의 위에서 군림하던 1인자는 법정에 선 첫 날, 끝까지 자신은 죄가 없음을 강조했다. 아직 1인자의 시대인 줄 아는 모양이다. 1인자의 시대는 진작 끝이 났고 그는 그저 한낱 죄수일 뿐이다.

관저에 갇혀서 지내는 ‘공식적인 1인자’도 그 권력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끝까지 자신은 죄가 없다고 우기면 얼마는 더 그 알량한 권력을 지킬 수 있는 줄 안다. 그 권력은 언젠가 끝날 것 들이다.

비단 그 두 사람 뿐 아니더라도 권력을 쥐고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가 영원할 줄 안다. 그래서 갑질도 하고 사람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권력에 심취한 인간들을 비난하기 위해 미셸 푸코의 ‘지식-권력 관계’를 언급하지 않아도 충분할 것이다.

세종로와 법정에 있는 ‘1인자’들은 자신의 시대가 끝이 났음을 하루 빨리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조선업은 좌절에 주저앉을 것이 아닌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스웨덴 말뫼는 14년이 흐른 지금 ‘친환경 도시’로 변화했다. 최고의 자리를 내려놓는다고 모든 것이 끝나진 않는다.

그러니 내려놓아야 할 때는 과감하게 내려놓는 것이 좋다. 물론 세종로와 법정에 있는 ‘1인자’들에게 이런 말이 통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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