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출산률 떨어뜨리는 '오지랖'
[기자수첩] 출산률 떨어뜨리는 '오지랖'
  • 여용준 기자
  • 승인 2016.12.1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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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오지랖’이라는 말은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말한다. 그리고 ‘오지랖이 넓다’는 관용구는 “쓸데없이 지나치게 아무 일에나 참견하는 면이 있다”는 뜻이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이 ‘오지랖’이라는 말에 영어에서 ‘장이’, ‘쟁이’를 뜻하는 ‘-er’을 붙여서 ‘오지라퍼’라고도 쓴다. 참견이 많은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대한민국에는 오지라퍼가 참 많다. 이것은 좋은 말로 하면 ‘이웃사촌’과도 비슷하게 쓰일 수 있다. 올해 큰 성공을 거둔 드라마 ‘응답하라1988’에서처럼 이웃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정겹게 지낼 수도 있지만 때로는 그런 모습이 ‘참견’으로 보일 수도 있다. 물론 ‘오지라퍼’와 ‘이웃사촌’은 비슷하거나 유사한 의미일 뿐, 같은 뜻으로 쓰일 수는 없을 것이다.

올해 한국의 신생아 수는 41만3000명으로 1925년 통계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2만5000명이나 줄었고 합계 출산율도 1.24명에서 1.18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대로 저출산이 계속되면 2030년에는 연 20만명 수준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출산률이 떨어진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물가, 불안해지는 치안상황, 연일 늘어나는 강력범죄, 막막하고 부실한 고용시장,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부실한 일자리 등. 여기에 더 확장하자면 불안한 국제정세와 정치상황, 전쟁발발의 위협, 나날이 늘어나는 육아비용 등 셀 수도 없이 많다.

이 모든 것들은 당연히 개선돼야 할 사항들이다. 그런데 엄청나게 많은 ‘출산률 저하’의 이유에 딱 한 가지만 더 보태자면 바로 ‘오지랖’이다.

오지랖은 청년들의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미혼자에게는 “언제 결혼하냐”, 기혼자에게는 “언제 애 낳을거냐”는 잔소리. 아이를 낳기라도 하면 그때부터 시작되는 부모들의 참견. 이 모든 오지랖 덕분에 ‘출산’은 ‘축복’ 이전에 ‘부담’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정부 역시 출산률을 높이겠다며 신생아 수에 대한 목표치를 정한다. 이 목표치라는 것은 마치 “내년에 스마트폰 생산량을 몇 만대로 늘리겠다”는 기업의 신년계획처럼 들린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은 엄연히 개인의 일이지, 정부가 ‘목표치’를 정하고 해야 할 ‘정책’이 아니다.

정부는 ‘출산률’을 높이는데 어떠한 관여를 할 필요도 없고 정책을 만들 필요도 없다. 그저 정부와 정치인들이 자기 자리에서 해야 할 당연한 일들을 합리적이고 융통성 있게 해낸다면, 출산률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정부가 일을 잘 하는 나라라면, 당연히 애 낳아서 키우고 싶은 나라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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