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에 대한 정당한 댓가
[기자수첩] 일에 대한 정당한 댓가
  • 여용준 기자
  • 승인 2016.08.26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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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신문=여용준 기자] 소싯적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유난히 햇볕이 따뜻했던 늦은 봄의 그날은, 현대자동차의 부분파업이 시행된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분명 일할 시간이었고, 나 역시 일하고 있었지만 정규직 근로자들은 밖에 나와 족구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그들은 나보다 일찍 퇴근했던 것 같다.

2014년 기준 이들의 평균연봉은 9700만원이다. 올해 임금협상 결과 여기서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임금협상과 부분파업 등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사실 이들은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의 부분파업 소식과 함께 다른 한 곳에서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절규가 들려오고 있다.

이들은 울산과 매우 멀리 떨어진 김포공항의 미화원들이다.

이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처우 속에 성추행 등 인권유린에 시달리며 26일 4시간 동안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지난주 이들은 폭염 속에 삭발식과 108배를 펼치는 등 시위 강도를 높여왔다.

비정규직 용역업체 직원들이 파업을 벌인다 한들 원청인 한국공항공사는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공항공사 측은 “해당 협력업체와 논의할 사항”이라며 한발 물러서 있다.

파업을 펼치는 미화원들도 공항공사를 움직이게 할 수 없다는 걸 알테지만 이들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선택’인 것이다.

정부는 2017년도 최저임금안을 올해보다 7.3% 오른 6470원으로 내놨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라면 이것은 의미없는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이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데드라인이 된다.

이들이 최저임금으로 급여를 받는다 한들 현대자동차 근로자의 평균급여의 1/3도 안된다.

물론 첨단기술의 집약체인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미화원이 되기 위한 노력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인간으로써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최저임금은 조금 더 올라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대기업에서 일을 하고 엄청난 기술을 요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응당 그만한 댓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공공장소에서 청소를 하고, 편의점에서 매장을 관리하고, 극장에서 관객들을 안내하고, 물류센터에서 택배를 나르는 일에 대한 지금의 댓가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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