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관피아’라는 말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기자수첩] ‘관피아’라는 말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 여용준 기자
  • 승인 2016.06.10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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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신문=여용준 기자] 한때 조직폭력배의 이야기를 다룬 조폭영화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작 ‘대부’의 영향이었는지 몰라도 국내에서는 수많은 조폭영화가 만들어졌었다.

이들 조폭영화의 특징은 당대 최고의 인기배우를 캐스팅해 비장하고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그려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감동도 있고 드라마도 있고 멋있는 액션도 있다.

이런 부분이 한 때 ‘조직폭력배 미화’라는 이름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실제로 조폭을 볼 일이 없는 일반시민들에게는 조폭에 대해 ‘남자들의 세계’ 정도로 인식하기도 했다.

그러나 뉴스를 통해 전해 듣는 조직폭력의 세계는 비열하고 사악한 깡패들의 모습 뿐이다.

이같은 현실은 우리 뿐 아니라 마피아의 세계도 다르지 않다. ‘대부’나 ‘원스어폰어타임인아메리카’가 보여준 ‘비정하지만 멋있는 세계’는 단지 영화 속 이야기일 뿐이다.

그런 비정하고 악랄한 세계를 상징하는 ‘마피아’라는 단어가 우리의 정치와 행정, 산업분야에 붙게 될 줄은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관피아’(관료 출신), ‘정피아’(정치인 출신)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이들 집단은 산업과 행정 곳곳에 스며들어 사회를 좀먹고 있다.

특히 ‘메피아’(서울메트로 출신)로 불리는 이들은 한 젊은 청년의 목숨을 앗아가게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산업의 가교 역할을 할 ‘착한 관피아’라는 식의 말도 쓴다. ‘마피아’ 자체가 악랄함의 상징과 같은 말인데 ‘착한 관피아’라는 말은 다소 우습게 들리기도 한다.

정치인이나 공무원, 기업인들은 자신들에게 ‘마피아’라는 단어가 붙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누구보다 청렴하고 깨끗해야 할 사람들이 악인(惡人)을 지칭하는 말로 불리게 된 것을 치욕스럽게 여겨야 한다.

마피아나 야쿠자, 삼합회 등 조직폭력배들은 정당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지 않는다.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살인과 납치, 감금, 폭행 등 온갖 불법적인 방법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다.

이것은 어쩌면 한국사회에서 기업과 정치인들이 살아남는 방법일 수 있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짓밟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또 그렇게 교육받아왔다.

우리는 그런 과거를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그렇게 배우고 자란 현재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래야 비정하고 악랄한 세계를 벗어나 공정한 사회에서 살 수 있다. 대한민국을 거대한 뒷골목 암흑가로 만드는 ‘관피아’들은, 스스로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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