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사건, 기업은 ‘발뺌’ 정부는 ‘뒷북’
가습기살균제사건, 기업은 ‘발뺌’ 정부는 ‘뒷북’
  • 민경미 기자
  • 승인 2016.05.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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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는 온데간데 없고 소비자를 오로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기업, 그런 기업을 팔짱낀채 바라만 봤던 정부. 가습기살균제사건을 두고 ‘안방에서 벌어진 세월호’라고 한다. 장소만 다르지 기업과 정부의 행태가 똑같기 때문이다.

가습기살균제사건은 1995년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239명이 사망하고 1500여명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수많은 가정을 풍비박산내고도 관련 기업들은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옥시는 자사 제품이 소비자에게 해가 될 것이라는 관련 보고서를 은폐했고, 살균제 때문이 아니라 황사나 곰팡 때문이라는 파렴치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세퓨의 전 대표는 2011년 당시 문제가 커지자 서둘러 폐업했다. 세퓨는 덴마크 친환경 원료라는 문구로 소비자들을 현혹했지만 옥시 등이 사용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보다 독성이 더 강한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원료로 사용했다.

정부는 살균제 성분의 독성 여부를 파악하고, 시장 진입을 막아 국민을 보호해야 함에도 오히려 해당 성분이 사용되는 것을 묵인해왔다.

질병관리본부가 2012년 살균제에 쓰인 CMIT와 MIT가 폐 손상과 관련성이 적다고 발표했고, 환경부는 PHMG와 PGH가 폐 이외의 신체 기관에도 치명적인 독성 효과가 있다는 보고서를 받고도 밝히지 않았다.

게다가 여당은 야당이 발의한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구제법’ 등 4개 법안의 국회 통과에 대해 반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옥시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등 여론이 들끓고 나서야 서둘러 피해조사를 하라고 지시했고, 여당은 그제서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범위를 축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검찰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5년 간 감독관청과 수사기관이 뭘 했냐”고 질타했다.

더욱 암담한 건 가습기 살균제 이외에도 안정성이 의심되는 제품들이 많다는 것이다. 기준을 마련해 시행하는 데까진 앞으로도 1년 이상이 더 필요한데 소비자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제품을 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소비제품으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한 뒤 그제서야 ‘뒷북’을 치는 일이 더 이상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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