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염불보다 잿밥, ‘국감’ 보다 ‘선거’
[기자수첩] 염불보다 잿밥, ‘국감’ 보다 ‘선거’
  • 정창규 기자
  • 승인 2015.09.07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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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규 토요경제 산업부장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여야가 재벌 총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샅바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회 의원회관은 기업 대관 담당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무슨 수를 쓰든 자신이 모시는 기업의 총수가 국감장에 나가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증인 명단 확정에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여야 간사를 집중 공략하며 국회 의원회관을 문턱이 닳도록 오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올해는 ‘땅콩회항 사건’과 ‘롯데家 형제의 난’으로 인해 반(反)재벌 정서가 커진 가운데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른바 ‘재벌개혁’을 강조하고 있고 여당 일부에서도 역시 비슷한 기류가 돌고 있어 올해는 평소보다 더 많은 기업 총수들이 국감장에 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회 한 의원실 관계자는 대관 업무 담당 기업인들을 상대하느라 업무에 마비가 올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부터 증인을 빼달라고 요구하는데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나중에는 읍소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어 “증인 채택의 격을 낮추거나 증인 채택을 수용하더라도 대신 민감한 질문을 빼달라는 협상 아닌 협상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현재까지 여야가 합의한 증인 명단에는 재벌 오너나 총수 일가 대신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포함됐다. 대관 업무 담당자들이 국감 증인으로 요구한 의원실을 밀착마크 하고있는 셈이다.

현재까지 대기업 총수 일가 가운데 가장 먼저 증인 채택이 결정된 주인공은 조현준 효성 사장 뿐이다. 조 사장을 뺀 나머지 지금까지 거론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등 재벌 총수에 대한 여야 협상은 대부분 불발이다.

여기에 올 국감의 최대 관심사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모두 증인 신청을 해 놓았지만 출석이 불투명하다.

국회의원이 효율적 국정감사를 위해 증인을 부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의원들은 국감을 통해 국민적 시각에서 궁금한 걸 질문하고, 재벌총수도 당당하게 입장을 밝히고 하는 소통의 장이 돼야 한다. 그래야 재벌총수에게도 당당한 리더십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의 뜨거운 화두가 될 ‘재벌개혁’이 여러 이유에서 뒷맛이 씁쓸한 느낌을 갖는 것은 비단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듯 하다. 여야 모두 염불에는 마음없고 잿밥에만 관심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감은 내년 4월에 치러지는 20대 총선을 불과 7개월여 밖에 남겨 놓지 안고 실시되는 마지막 국감이라는 점에서 여야의 시각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이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늘 ‘재벌개혁’이라는 카드를 전면에 내세워 왔다는 점에 그 ‘진정성’에 의문을 갖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의 ‘유권자 표심 얻기’는 ‘친 재벌 정책’으로 바뀔지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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