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 도 넘은 베끼기 경쟁… 소비자 눈살
화장품업계 도 넘은 베끼기 경쟁… 소비자 눈살
  • 정창규 기자
  • 승인 2015.07.08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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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제품 너도나도 '따라하기'… 노력·시간·비용 무시 트렌드만 좇기

[토요경제=정창규 기자] 국내 화장품 업계의 도 넘은 베끼기 경쟁이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8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인기 상품의 디자인이나 성분을 비슷하게 본떠 출시하는 이른바 '미투(me-too·모방)제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경쟁사 제품뿐 아니라 해외 제품을 따라 만든 상품까지 등장했고, 반대로 국내 히트상품을 해외 유명업체에서 유사하게 출시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 왼쪽부터 차례로 스킨나인빌리지의 동물 모양 마스크팩, SNP화장품의 애니멀 마스크, 더페이스샵의 캐릭터 마스크.

화장품업체 스킨나인빌리지는 지난해 12월 판다와 양의 얼굴을 캐릭터로 나타낸 마스크 팩을 출시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 마스크 팩은 일본 회사인 '일심당본포'에서 지난해 5월 출시된 제품으로 5개월 만에 판매 4만3000개를 돌파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이 때문에 일본의 원조 제품을 알고 있던 소비자들에게 논란이 돼 왔다.

그런데 이 회사가 동물 마스크 팩을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SNP화장품(호랑이, 판다, 수달, 용 등 4종 'SNP 애니멀 마스크' 출시),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호랑이, 판다, 용, 여우, 양 등 5종 '캐릭터 마스크' 출시) 등이 잇따라 유사 상품을 선보였다.

미투 제품은 시장에서 1위 브랜드의 독점 형성을 막을 뿐 아니라 시장 규모를 확대시켜 소비자에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연구개발 없이 기존 제품의 인기에 편승한 화장품업계의 비도덕적 상술 행위는 도가 지나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OEM ODM 업체의 기술력, 제품 생산력도 한몫 거들고 있다. 자체적인 공장과 제조 기술 개발보다 OEM ODM 업체에게 제품 개발을 맡기는 방법이 일반화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체와 브랜드는 자체적인 기술개발 없이 트렌디한 제품을 쉽고 빠르게 출시할 수 있게 됐다.

▲ 랑콤 미라클쿠션 vs 아모레 에어쿠션.

최근에는 쿠션 파운데이션의 원조 격인 아모레퍼시픽은 그동안 글로벌 기업 로레알의 랑콤과 국내기업 에이블씨엔씨의 브랜드숍 미샤·어퓨 브랜드 쿠션제품에 대해 특허 침해와 관련한 경고장을 발송하는 등 대립각을 세워왔다.

아모레퍼시픽의 쿠션제품 ‘쿠션파운데이션’은 파운데이션을 퍼프로 찍어 바르는 형태의 메이크업 제품으로 2008년 개발돼 지난해까지 국내외에서 1200만 개 이상 팔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다.

앞서 지난 3월에도 특허 침해 브랜드와 전면전을 치르는 대신 화살을 돌려 OEM ODM 제조업체인 코스맥스와 그 계열사인 쓰리애플즈코스메틱스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에 대한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우회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2년부터 국내 경쟁사인 LG생활건강과 쿠션 파운데이션 화장품을 놓고 특허 소송 전을 이어오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로드숍 브랜드인 더페이스샵의 ‘쿠션 스크린셀(화사한 베이지, 내추럴 베이지)’도 코스맥스에서 만들고 있다.

▲ 네이처리퍼블릭 핸드 앤 네이처 핸드크림 vs 토니모리 자연그린 핸드크림

오는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을 기다리고 있는 토니모리의 경우 ‘베끼기’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출시된 토니모리의 ‘자연그린 핸드크림’은 네이처리퍼블릭의 ‘쉐어버터 핸드크림’을 모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제품이다.

쉐어버터 핸드크림은 지난해 9월 출시해 4개월만에 350만개나 판매된 히트제품이다. 천연 보습 성분인 시어버터 성분이 함유된 이 제품은 보습력이 뛰어나 입소문이 퍼지면서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우선, 쉐어버터를 비롯해 그린티, 아보카도, 허니, 체리블라썸, 로즈, 모링가, 아카시아 등 총 8종이 네이처리퍼블릭과 겹친다.

디자인 패키지는 물론 가격을 절반이나 낮춰 3300원(30ml 제품 기준 )에 판매하고 있다.

또 지난 5월 말 토니모리가 출시한 ‘순수에코 대나무 시원한 물 수딩젤’은 그보다 앞선 일주일 전 더샘이 출시한 ‘프레쉬 뱀부(대나무)’와 주요 성분, 용기 디자인, 가격 등의 면에서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양 제품은 대나무 모양의 용기로 출시됐으며, 대나무수(水)를 차용한 점도 유사하다.

토니모리의 베끼기 논란은 이전에도 있어 왔다. 토니모리의 '프리미엄 알엑스 홀스유 크림'은 '이하늬 크림’으로 불리며 마유크림의 붐을 몰고 온 클레어스의 '게리쏭 마유크림'과 케이스 디자인부터 주황색 색상까지 비슷하다.

거꾸로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지난해 토니모리가 출시한 '7DAYS 타투 아이브로우'은 걸스데이 혜리가 방송에서 사용하면서 유명세를 타는 등 품귀현상이 일정도로 크게 유행했다. 이후 미샤에서도 '7DAYS 틴티드 아이브로우'를 출시했다. 이름까지 유사하고 제품 형태도 비슷하다.

또 지난 3일에는 토니모리가 보도자료를 통해 더샘의 제품이 자사의 것을 모방했다며, 법적조치 진행 뜻을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제품은 지난 2009년 출시해 지난해까지 1050만 개 이상 판매 기록을 올린 복숭아 모양의 핸드크림인 '피치핸드 크림'. 이 제품은 323억 원이라는 매출을 올린 토니모리의 효자상품이다. 토니모리측은 이 제품의 가격이 토니모리 제품보다 무려 2000원이나 더 저렴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1차 진행되는 '대나무 수딩젤' 제품에 대한 보복성 문제 제기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이미 인정받은 제품을 내놓는 셈이라 위험 부담 및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안정적인 판로 확보도 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라고 말했다.

▲ 에스티로더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 VS 미샤 '타임 레볼루션 나이트 리페어 사이언스 액티베이터 앰플'.

그동안 화장품 업계에서 미투제품 출시는 종종 있어 왔다. 그중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미투 제품으로 재미를 본 대표적인 기업이다.

SK-II의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와 유사한 '타임 레볼루션 더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를 비롯해 '갈색병'으로 유명한 에스티로더의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를 본뜬 보랏빛 앰플 '타임 레볼루션 나이트 리페어 뉴사이언스 액티베이터 앰플'이 대표적인 예다. 두 제품은 미샤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이유로 법적 소송까지 밟은 바 있다. 당시 미샤는 ‘이제 더 이상 값비싼 수입화장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됩니다’라는 수입 브랜드와의 비교 광고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경쟁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미샤는 저가 전략만으로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또 미샤는 수입 고가브랜드를 따라하는 ‘미투 제품’으로 성장해 왔던터라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들이 식상해 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한국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고공비행 중인 반면, 미샤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등 최악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제품 개발에 쏟는 노력과 시간, 비용을 무시한채 트렌드만 좇기 급급한 지금의 시장 행태가 안타깝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원료와 소재를 개발하는 게 국내 화장품 시장의 규모와 해외 진출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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