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그때그때 달라” 은행권, 퇴직자 재채용은 ‘빚 좋은 개살구’

구조조정 광풍 우려 속 재고용 기회 부여도 주춤…직원들 불안
은행마다 재고용 형태·기준 상이해…“한시적 고용효과” 비판도
일각서 “은퇴자의 경력 고려한 실용성 있는 직무개발 필요” 지적

문혜원 기자 승인 2021.06.16 15:09 의견 0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은행권의 희망퇴직이 이슈인 가운데 이와 동시에 은퇴자를 위한 재채용 기회 여부도 새삼 관심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은행들마다 퇴직자 재채용 관련 기준이 상이하고, 은행 사정 및 고용 환경 등 다양하게 고려되는 사항에 따라 ‘그때마다 다른’ 재채용을 하고 있다는 점.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은행권 퇴직자 재채용 제도에 대해 실효성이 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에 이례적으로 중간 희망퇴직을 먼저 실시한 신한은행을 기점으로 주요 은행들이 40대 이상 희망퇴직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조정 칼바람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나온다.

통상 은행들은 연말 연초에 임금피크제 해당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그런데 앞서 지난 11일 신한은행은 4급 이하 직원들 대상으로 ‘중간명퇴’를 실시한다고 공표함에 따라 전 은행권에 충격을 안겨줬다.

통상 은행들의 명예퇴직은 임금피크 진입 대상자(50대 이상) 한에서 시행해 왔지만, 신한은행의 중간 명퇴의 경우에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은행들의 희망퇴직 연령대가 급속히 낮아짐에 따라 희망퇴직 인원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금융업계 전반 비대면 거래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인력효율성도 자연히 줄어들어 이 같은 구조조정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정년을 보장하는 대신 급여가 단계적으로 줄어드는 제도이고, 희망퇴직은 ‘자발적 신청’이라는 키워드 아래 구조조정을 한다는 개념이 크다.

이에 명예퇴직이 빨라질수록 은행직원들에게는제2의 인생 설계와 관련한 고심도 함께 떠 안겨진 셈이다. 게다가 은행권 퇴직자 재채용도 그다지 명확한 취업보장이 아니라는 면에서 불안에 떨고 있다.

현재 은행들은 각 은행별로 퇴직자 고용 시기나 근무조건 등을 정해 재고용하고 있다.

지난 2019년까지는 은행권 퇴직자 재채용 활동이 활발하기도 했으나, 코로나19 이후 은행 내부 인력 축소 방침이 거세지면서 퇴직자 재채용 프로그램의 역할도 주춤해지고 있는 추세다.

은행 퇴직자 재채용 제도는 1년 이후 재고용(계약직) 기회를 부여하는 것인데, 은행별로 운용 방식이 상이하다.

먼저, 이번에 중간퇴직을 실시한 신한은행의 경우, 희망퇴직 신청과 동시에 직원을 대상으로 관리전담 및 금융 상담 인력 재채용을 실시한다. 또한 희망퇴직자에게 재채용 옵션을 비롯해 자녀학자금, 창업 지원, 건강검진Care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올해는 퇴직자 재채용 계획이 없는 상황이며, 업무부서 배치는 자점검사담당자나 퇴직연금 자산관리 컨설팅 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급여형태는 근무형태에 따라 다르다. 일급제(실근무 8시간), 시간급제(3시간, 5시간)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

우리은행도 현재 금년도 희망퇴직 및 퇴직자 재채용계획은 미정이다. 보통 퇴직 후 재용시 내부통제 및 영업점지원 업무를 담당하지만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현재까지는 정해진 바 없다.

하나은행에서는 매년 수시채용을 통해 재고용을 하고 있다. 필요한 부서에 한해 티오가 생기면 퇴직자들을 재고용하는 식이다. 재고용 규모는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로 심사부서 또는 퇴직자 경력을 기반으로 전문화된 부서에 투입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신용부문 쪽으로 경력 있는 퇴직자 대상에 한해서 1년에 한 번 재고용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주로 순회자점감사역과 민원조사역 쪽으로 채용하고 있다.

이렇듯 은행들은 각각의 기준에 따라 재 채용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선 직군체계에 따라 급여수준 등이 다르고, 대개는 단순 업무로 주로 배치되기 때문에 시간만 때우는 한시적 근무에 불과해 ‘선심쓰기용 채용제도’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일례로, 모 은행의 경우에는 재채용을 하게 되면 실업급여를 포기해야 하거나, 급여에서 24% 세금 율을 적용한 상태에서의 절반수준의 급여를 받고 일을 해야 하는 식으로 근무조건이 부여돼 일선 현장에선 오히려 손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겉으로는 재채용 기회를 주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4급 이하에게만 이러한 특별한 규정을 만들어 놓고 실업급여수당과 한 달에 약 30만원정도 밖에 차이가 안나는 월급을 부여해 '싫으면 말고, 아니면 나가라'는 식의 제도”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아무개 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일한 경력이 15년 이상이었는데, 재채용 문을 밟아도 실상은 경력과 상관없는 업무 배치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급여수준도 최저임금과 가까운 월급을 받는다”면서 “근속년수도 최대 1~2년이라 다시 일해도 별 의미 없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은행권에서는 퇴직자 재채용 여부가 각 은행별로 다를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희망퇴직’은 곧 구조조정으로 직결되는 인식의 문제가 크다고 지적한다.

정부별 정책 변화 영향과 고용시장 동향, 은행 내부 인력상황 및 노사합의에 따라 반영되기 때문에 일률적인 고용기준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령화에 따라 은퇴자에게 고용 기회를 주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앞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더불어, 정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금융권에서 한시적인 고용형태가 아닌 은퇴자 경력을 고려한 직무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효과적으로 운영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현재 은퇴자를 위한 직무 설계가 따로 없이 그냥 은행들이 일방적으로 만든 고용기준에 맞춰 직원들의 개인 선택에 부여한 형태로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한 호소가 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은퇴자 경력에 맞는 고용행태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박 소장은 “범정부 차원에서도 고령화 대비 은퇴자 및 고령자들 대상의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영역별로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박 소장은 “금융권의 경우에는 업무실적과는 괴리를 보이는 은행권의 호봉형 임금 체계 방식도 개선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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