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설익은 사면론, 이재용 위한 거 맞나

김경탁 기자 승인 2021.06.15 17:43 의견 0

[토요경제=김경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해야한다’는 주장이 다수 언론들을 통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일부 성급한 언론은 8·15특사란 시기를 거론하면서 기정사실화하더니 사면이 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마워하면 안된다는 취지의 주장까지 펼치더라.

누구에게나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충수염(맹장염)으로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에 ‘옥채를 상했다’는 듯이 오열하며 정부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듯 원망하는 분위기를 쏟아내던 언론들이라 그러려니 한다. 상속세 납부를 사회 환원이라고 주장할 정도이니 더 말할 것도 없다.

대통령이 특정인에 대해 사면권을 행사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 그들의 주장처럼 사면이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는지 아닌지 등등 누구에게나 가타부타 의견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런 논의들이 정말로 이 부회장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인지는 의문을 지적하고 싶다.

일단 이 사안에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현행법에 따라 대통령 사면권은 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범죄에 대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최순실 뇌물 혐의 관련해 2017년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이듬해인 2018년 2심에서 일부 혐의에 대한 무죄 선고와 함께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선고로 석방됐다가,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2심 판결 파기 환송에 이어 올해 1월 서울고법의 징역 2년 6개월 선고로 법정구속됐다.

양측이 모두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이 형은 확정됐다. 이 뇌물죄 확정 판결에 따른 만기 출소일은 2022년 7월이다.

전체 형기의 3분의 1 이상이 지나면 가능한 ‘가석방 요건’은 채운 상태이고, 법적으로 사면도 가능하지만 ‘출소’는 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부회장을 구속 상태로 만든 뇌물죄의 근원적 배경인 불법 경영 승계 의혹에 대해서는 지난해 9월에서야 기소가 이루어졌고, 아직 재판 초입 단계에 들어선 상태이다. 관련해 검찰이 제기한 혐의는 자본시장법위반, 부정거래, 시세조종행위, 업무상배임 등이다.

지금 당장 ‘사면론’을 목 놓아 외치는 이들의 주장은 검찰이 지금이라도 불법승계 기소를 취하해야한다는 것인가?

아니면 이 부회장이 뇌물죄 사면으로 일단 출소만 하면 불법승계 재판은 무죄 판결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고 자신하는 것인가?

지금 언론들이 보여주는 태도는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재판이 불가피하다는 반증이 될 뿐이다. 이런 식의 보도들이 가석방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아직 재판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사면이 불가능하다. 확정된 선고가 없기 때문이다.

구속사유인 뇌물죄보다 더 무시무시한 혐의로 다른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에 대해 성급하게 ‘사면’을 운운하는 언론들의 모습에서 싸구려 조폭영화에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자해로 충성심 증명하기’ 퍼포먼스가 연상된다.

온갖 세상사에 다 이재용 사면을 가져다 붙이는 ‘기승전사면’ 보도를 내보내면서 정작 그가 현재 어떤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지는 제대로 전하지 않다가, 대국민여론조사에서 사면에 우호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로 국민 핑계는 대지 않았으면 한다.

다시 묻는다. 당신들의 사면론은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

올해 1월 이후 이재용 부회장 사면 관련 보도의 주요 키워드 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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