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톺아보기] 민주 정부의 최대 수혜자···그는 왜 그랬을까

신유림 기자 승인 2021.06.09 14:00 의견 0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제이릴라' <자료=제이릴라 인스타그램>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우리 홍보실장이 오해받을 일 하지 말란다. 자기 힘들다고···”

‘미안하고 고맙다’는 SNS 글로 일순간 일베의 우상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를 받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대통령 조롱’ 논란으로 많은 비난을 받은 그는 결국 지난 8일 더는 그런 글을 올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도 뭔가 찜찜함이 남는 글을 올렸다. 그의 글은 이랬다.

“난 원래 가운데 손가락으로 안경을 쓸어 올림. 길고 편해서. 근데 우리 홍보실장이 오해받을 일 하지 말란다. 자기 힘들다고ㅠㅠ 미안하다 민규(홍보실장 이름) 50년 넘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 이제 재일짧은(제일 짧은) 손가락으로 올릴 거다.”

아마도 정 부회장은 가운데 손가락을 펴 보이고 싶었나 보다. 지난 글에서 ‘꼬꼬면 나가시키’라며 눈치가 있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글을 게시한 그가 아닌가.

오너리스크를 최전방에서 방어해야 하는 홍보팀은 그간 진땀을 뺐을 것이다. 그들이 무슨 죄인가.

◆ 정 부회장의 독특한 마인드

정 부회장의 마인드는 다른 기업 오너의 그것과 확연히 다르다. 우선 한국 재벌들은 자신의 정치성향을 여간해선 드러내지 않는다. 독재자와 그 후예들이 기업들에 어떤 핍박을 가해 왔는지를 몸으로 체득한 결과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바로 직전 박근혜 정부가 CJ에 한 행위가 좋은 예다. 대통령이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던진 말 한마디로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났으니 말이다.

그리고 오너들은 입을 가벼이 놀리지 않는다. 그들의 말 한마디는 곧 천금과 같다. 수많은 직원의 명줄과 소비자의 신뢰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행여 자신의 어눌한 한국어 실력이 조롱의 대상이 되지나 않을까, 아예 인터뷰조차 피한다. 적어도 오너라면 그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런데 정 부회장은 한글맞춤법(예: 재일짧은, 올릴꺼다)도 틀리는데다가 직전 SNS 글에 자신의 개가 죽어 누워있는 사진을 올릴 만큼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건 물론이거니와 자신을 검증하는 법도 없다.

◆ 경영이 ‘유희’?

정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 역시 독특하기론 남다르다. 그의 즉흥성 때문이다. 치밀한 사전 준비나 충분한 시장조사를 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가 손대는 사업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경우가 거의 없어서다.

레스케이프 호텔은 프랑스를 표방하긴 했으나 인테리어나 홍차와 그릇 등의 품질 문제를 일으킨 데다 근로기준법 위반, 지나치게 높은 가격 등 여러 문제로 고전하고 있다.

특히 비전문가인 맛집 블로거 ‘펫투바하’를 정 부회장 본인과 친하다며 호텔 지배인으로 임명했다가 완전히 실패했다. 펫투바하는 그런 실패 후에도 3년 뒤 SSG.COM 상무로 복귀했는데 이 역시 정 부회장과의 친분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비춰진다.

이 외에 분스, 부츠, 자주, 삐에로쇼핑 등 여러 사업이 문을 닫았다. 또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 ‘한 지붕 두 가족’인 노브랜드 전문점과 이마트24 편의점의 이해충돌 등도 논란거리였다.

특히 해외 브랜드 표절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마트는 미국의 월마트,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미국의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 JAJU는 일본의 무인양품(MUJI), 스타필드는 영국의 웨스트필드(Westfield), 노브랜드는 캐나다의 노네임(NoName), 신세계백화점 식품관, SSG 푸드마켓, PK마켓 등은 이탈리아의 Eataly, 미국의 홀푸드, 삐에로쇼핑은 일본의 돈키호테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두가 실내 콘셉트와 마케팅까지 흡사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 ‘마이너스의 손’으로 불린 정 부회장은 그의 여동생인 정유경 총괄 사장과 자주 비교되곤 했다. 정 사장의 탁월한 경영 능력 때문이다.

◆ '소통' 이미지와 다른 노조 탄압

정 부회장은 활발한 SNS 활동으로 ‘소통의 대가’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알려진 것과 사뭇 다르다.

2013년에는 이마트가 직원을 사찰하고 노조를 탄압한 혐의로 정 부회장이 검찰에 소환되기도 했다. 사측의 노조탄압 문건이 공개된 것이 결정적이었는데 기업 총수가 부당노동행위로 소환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1993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이후 무려 30년 만이었다.

또 2018년 3월 28일과 31일에는 이마트 도농점에서 연속으로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노조 측은 정 부회장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했는데 이마트는 오히려 사망한 노동자들의 추모제를 물리적으로 탄압하고 노조 간부들을 고소했다.

죽은 개에게도 “미안하다”고 사과한 정 부회장이 정작 자신의 회사 노동자들의 사과 요구엔 입을 닫은 셈이다.

◆ 왜 그랬을까

현재 종목토론방에서는 친 정용진파와 반 정용진파가 충돌하고 있다.

그중에는 정 부회장에 호감을 표하는 이도 있는 반면 그를 일컬어 ‘일베왕’이라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하는 이도 있었다.

특히 한 주주는 “‘미안하고 고밉다’는 표현은 정작 주주들에게 해야 할 말이었다”며 “사리분별 못하는 오너 때문에 주식 정리하고 나간다. 신세계 조심해라”라고 일갈했다.

회사 홍보실장의 만류가 있기까지 사측은 무엇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직언하는 부하도, 혼내는 어른도 없는 말 그대로 시스템이 부재했다는 것 외엔 설명이 안 된다.

아니면 총수가 홍보실장을 “민규”라고 부를 만큼 격의 없는 회사인 동시에 모두가 한마음 한편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정 부회장의 태도는 홍보실장이 말한 ‘오해’에서 빚어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설령 처음 행위가 오해를 불렀다면 보통의 총수라면 즉시 그 행위를 멈추는 게 회사를 위해 바람직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보란 듯이 행위를 이어갔고 그 태도는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마치 “갈 데까지 가보자”라는 태도였다.

아이러니한 건 정 부회장이 대통령을 그토록 조롱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건 어느 때보다도 이 사회가 민주적이기 때문이다. 그 최대 수혜자는 바로 정 부회장 자신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할지도 모를 회사와 직원들의 피해 역시 정 부회장이 떠안아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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