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길여행] 제주의 숨은 길, 김영갑이 사랑한 용눈이오름길

강세훈 기자 승인 2021.06.08 14:45 의견 0

제주로 여행갈때는 제주 본연의 아름다움을 보거나 찾을 수 있는 곳을 우선시 하는데,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름, 곶자왈, 단층협곡과 같은 계곡길이 그런 곳이다. 물론 한라산 중산간의 숲길과 한라산 자체도 포함된다. 한라산은 동행이 누구냐에 따라 갈 수도 못갈 수도 있는 곳이지만, 오름과 곶자왈숲길은 어느 누구와 가도 일단 괜찮다. 진정 동네 마트도 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면 충분히 걸으면서 다닐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오름에 있어서는 자주 찾아가는 오름이 몇 군데 있다. 그중에 하나가 용눈이 오름이다. 용이 누워있었다는 전설이 있고, 송중기가 출연했던 '늑대소년'의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이보다 김영갑 사진작가가 가장 사랑하고 많은 작품을 남긴 곳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찾아가볼 만한 곳이 용눈이 오름이다.



오름을 올라가는 부담감도 적고 부드러운 능선의 아름다움이 베어 있는 곳이 용눈이 오름만에 매력이다. 그러다 보니 계절이 바뀔때 마다 찾아오는데 가을 억새 가득할 시기가 가장 멋진 용눈이 오름을 마주할 시기이다. 그렇다고 다른 계절에 찾아온다고해서 멋진 모습이 없는 것이 아니다. 워낙 잘생긴(?)요름이다 보니 언제오더라도 미남처럼 보이는 오름이다. 김영갑 작가는 제주에서 머문 7년 동안 약 5만 장의 사진을 찍었다고 하는데 대부분 용눈이 오름 사진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용눈이오름의 아름다움을 다 찾지못했다고 하니 작가의 열정이 어떤지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내가 바라본 용눈이 오름의 아름다움은 둥그런 능선 따라 올라가는 길의 모습과 주변 다랑쉬오름, 동검은이오름, 높은오름 등의 모습과 어우러져 볼때의 풍경이다. 게다가 구름이 걷힌 맑은 날에는 평평한 들판에 엠보싱처럼 솟아난 오름을 따라가다보면 한라산과도 마주 한다. 평지에서 보는 오름의 풍경을 조망하기 좋은 장소가 이곳이기도 하다. 단지 사유지인데다가 방목하는 말이 있어 군데군데 말똥이 가득 쌓인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용눈이 오름은 말보다 눈으로 보며 즐기는 오름이다. 부드러움속에 나 혼자 홀로 서있는 오름이 아닌 어우러짐이 더욱 멋진 오름이다. 오름 정상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동안 앉아 있는다 하더라도 지루하지 않다. 조금만 시선을 돌려도 색다른 풍경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냥 올라왔다가 바로 내려가는 것은 용눈이 오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지난 9월 말에 일행들을 인솔하여 용눈이 오름을 찾았었다. 서로 말하지도 않았는데도 오름 꼭대기에 서서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있기를 바라는 눈치이다. 나 또한 금방 내려가기 싫었으나 내색할 수 없었다. 나 혼자 왔다면 하루종일 앉아 있다가 해질 무렵에 내려갔을 것이다.

TIP.

현재 용눈이 오름은 휴식년제로 인해 2023년 2월까지 들어갈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와서 다친 오름을 자연의 힘으로 복원하기 위함이다. 위에 글과 사진은 휴식년제가 발효되기 전에 찍은 사진이다.

용눈이 오름은 가을이나 겨울에 와도 멋진 곳이다. 단지 겨울옷을 갈아입은 갈색빛이 지배하는 풍경을 보여준다. 언제라도 좋으니 제주 동편에 왔다면 김영갑갤러리와 용눈이 오름을 찾아가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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